고3 수험생도 아니고

    칼럼 / 시민일보 / 2006-12-14 19: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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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청 래(열린우리당 의원)
    어제는 2007학년도 대입 수능 성적이 공개된 날이다. 그동안 수능 시험 준비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을 수험생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원래 수능 시험은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를 지양·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대입 시험이다.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해 대학수학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각 대학에서 활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에서 때 아닌 수능시험을 치루겠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고3 수험생도 아니고.... 2007년도 당의 진로를 위해 객관식과 주관식을 적절히 조합해 당의 진로를 묻는 설문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미 이러한 설문조사 방식은 당원의 의사가 배제되는 위험성이 있는 쿠데타적 발상이라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당의 종합적 사고와 의견을 묻는 것도 또한 아니다. 수능시험 보다 부족한 설문지이다.

    아무리 참조자료라 하더라도 이 결과가 어떻게든 언론에 공개되어 대세몰이에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 지금까지의 우리당의 보안감각(?)상 분명 그 결과가 공개될 것이고 그 결과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설문조항을 어떻게 작성하는가에 따라 설문조사 결과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남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유독 극소수 의원당원들에게 먼저 설문조사라는 방식을 빌어 어떤 일방적 의사를 선주입하려는 의도라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설문조사가 시작도 문제지만 집계과정이나 결과 공개여부(미리 유출되겠지만) 결과 해석을 놓고도 큰 싸움이 벌어지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설문조사 말고도 워크숍이나 의총을 통해 충분히 의원들의 의사를 묻고 집계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시험보듯이 설문조사를 강행한 것은 지도부의 오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왕에 설문조사 방식을 놓고 사단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다른 방식을 선택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의견의 집계보다는 분란이 더 커질 소지가 있는 방식을 굳이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마포대교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한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열사람, 열사람보다 백사람 천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길이의 정확도를 맞히기가 쉽다고 한다. 한사람의 감각보다는 많은 사람의 대답을 듣고 평균을 산출해 보면 그것이 가장 근접한 길이의 수치이고 정답이라고 한다. 당의 진로는 의원당원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당원에게 묻고 답을 내서 그 평균을 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과학적인 답이 될 것이다.

    어차피 전당대회를 열기로 되어있다. 그때까지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시간을 갖고 내부 토론을 하면서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 현시점에서 현명하다. 분란만 가중될 소지가 큰 그다지 소득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이러한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 나는 설문조사의 강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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