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장 거리마다 예술가들 향연에 흠뻑

    정치 / 김유진 / 2009-10-22 12: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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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 개막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철공장 거리가 예술가들의 향연으로 물들고 있다.

    바로 문학, 연극, 무용, 마임, 음악, 비주얼 아트, 영화, 전시, 토론, 해외교류, 장터 등 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알찬 문화예술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김형수)는 지난 17일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Mullae International Arts Festival)’를 개막, 이달 말까지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페스티벌 상징 ‘물레’

    물레아트페스티벌은 ‘물레정신’을 이어 받아 오래된 공장촌인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서 열리는 것으로, 예술가의 실험정신과 관객이 어우러진 실험적이면서도 자립적인 예술축제.

    ‘물레’란 문래동이라는 독특한 지역성을 드러내 주는 발음상의 ‘물레’인 동시에, 솜을 자아서 실을 만드는 수공업 기구의 명칭이기도 하다. 또한 물레란 문익점이 목화를 새로이 전래시키면서 현재 문래동의 지명이 생겼다는 설과 문익점의 손자 ‘문래’가 그 이름을 따서 물레를 만들어 실을 뽑았다는 것에 기반해서 상징화 한 것.

    물레아트페스티벌의 물레정신은 첫째, 물레로 천을 만드는 자립적인 노동과정으로서 행위정신을 현대의 예술정신으로 이어받은 것.

    둘째, ‘물레정신’은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레질을 하며 서로서로 교감하듯이, 예술가와 관객 모두가 예술의 창작과정을 통해 아름다움 삶의 소통의 천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

    셋째, 문래동 지역이라는 장소의 역사성과 특수성에서 볼 때, 물레정신은 문래동 철제공장촌의 공간과 시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새로운 역사를 생성시켜 나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 공연예술축제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현대공연예술제라 할 수 있다.

    이번 축제는 특히 서울의 문래동 3가 예술가들의 작업실 밀집지역인 낡은 철공소 거리가 그대로 무대가 돼 펼쳐지는 것으로 거칠음과 오래됨, 날것의 ‘공간’과 무한한 상상력의 공연예술의 시간이 어울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현대공연예술제. 특히 올해의 프로그램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젊은 예술가들과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공연예술가와 단체들이 함께 어울려지면서 공연예술계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

    축제는 크게 공연행사, 전시행사, 영화상영, 학술행사, 벼룩시장 장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축제를 통해 선보이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잠시 들여다볼까.

    ◇공연행사

    지난 17일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 공식 개막제가 열렸다. 개막제는 한영애 굿 퍼포먼스를 통해 문래동 지역 주민과 함께 지역의 발전과 축제를 통한 예술가와 관객의 만남을 기원하며 이뤄졌다. 한영애 굿 퍼포먼스는 새로운 변화와 생성을 위해 만들어지는 낮의 강한 쇳소리를 노래와 춤과 실험적인 예술혼이 가득 찬 밤의 철공소 거리무대로 이어주는 상징적 굿판. 철의 기억과 철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철의 상상력이 무한한 철공소 거리무대를 배경으로 젊고 실험적인 예술가들인 On&Off(현대무용단), 들소리(창작국악 타악), 동숭무대(풍물극) 등 철공소 거리의 낮과 밤의 변화와 생성을 넘나들며 그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오는 24일에는 특별기획공연인 한·일 즉흥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국제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실험음악가인 사또 유키예(Sato Yukie), 마임으로 유명한 오쿠다 마사시(Oquda Masasi), 일본의 반도네온(Bandoneon) 즉흥연주자 인 키미오 오가와(Kimiyo Ogawa), 현대무용의 주요장르이자 일본 고유의 춤인 부토댄스(Butou Dance)를 선보이는 무시마루 후지에다(Mushimaru Fujieda) 등과 젊고 실험적인 창작춤을 열정적으로 보여주는 Et Aussi(에오시 현대 무용단)를 중심으로 춤과 퍼포먼스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독창적이고 현장감 있는 즉흥 춤이 펼쳐지게 된다.

    이번 축제에서의 거리공연은 별별창작소(무술), 이정훈(마임), 윤소원(춤), 강수빈(춤), 유한솔(춤), 호모르댄스(마임극단) 등 많은 작가들이 그들의 예술과 몸짓, 소통하고 싶은 욕망들을 관객과 함께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 거리공연은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고 실험적인 공연이 문래동 철제상가를 무대 배경으로 거리 곳곳에서 펼쳐진다.

    이어 31일에 열리는 폐막식은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퍼포먼스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김백기(Kops), 그리고 엘리스 김(연극 퍼포먼스), 박재현(춤), 최진한(춤), 백호울(춤) 등 관객과 축제의 한마당으로 장식하게 된다.

    ◇전시행사

    전시회는 회화, 사진, 조각 작품 등을 선보이는 그룹 초대전 ‘철공장 블루스’, 설치예술작품들이 전시되는 ‘drawing studio-301’, 지역내 유치원생들이 철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그림 실은 우편엽서’ 3가지로 마련된다.

    그룹기획전 ‘철공장 블루스’는 서정적인 조각 작업으로 한국여성의 현실적 삶을 통한 공감과 소통을 기본으로 작업하는 김서경 작가, 회화에 바느질이라는 여성적인 작업을 접목시켜 계속 연구 발표하는 이인선 작가, 회화의 고유적인 작업으로 불균형적인 몸들을 모자이크화 해 누드의 새로움을 표현하는 이선조 작가,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어 입체적인 형태와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이기자 작가 그리고 평범한 ‘가족’의 일상적인 삶에서 낯익으면서도 낯선 미묘한 제스처와 표정을 섬세하게 시각화 하여 새로운 감정체험을 느끼게 하는 박정랑 사진작가 등이 참여한다.

    설치전 ‘drawing studio-301’은 철과 문명,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자생되는 삶을 잇는 행위를 예술적 사유로 재해석 한 것. 철공장의 공간적 특성을 철의 본질에 다가가는 유희적 공간으로 해석해가며, 원시적 감성에서부터 미래적 가능성으로의 선을 연결한 듯한 표현들이 특징. 방효진, 김승희 두 설치작가들의 철공장 공간에 대한 예술적 상상과 해석이 관람객들에게 철과 인간의 관계로서 키워왔던 문명,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열게 하는 단초가 되어주길 구는 기대하고 있다.

    이어 ‘그림 실은 우편엽서’는 영등포지역의 유치원생들에게 철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마련하게 됐다. 어린이들은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해 내곤 한다. 어린이들은 엽서에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 후 전시를 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그려진 그림엽서는 참가 어린이들이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우편으로 보내게 되며 이를 통해 사라져가는 아날로그 적 메시지 전달방법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특별기획 밤샘영화제 ‘Mullae Cine Fever’

    축제 기간 중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관객들과 영화감독이 함께하는 밤샘영화제 ‘Mullae Cine Fever’가 개최된다. 이 행사를 통해 관객들은 문래동3가 철공소 거리 ‘춤공장’에서 밤새도록 영화를 체험하면서 영화감독들과 예술가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나눌 수 있다.

    특히 영화와 타 장르간 유기적인 연계를 위해 무용영화 작품들과 실험 및 설치연계를 시도한 영화작품들도 초청했다.

    성남국제무용영화 수상작들인 두 편의 무용영화는 각각 최정무 안무 김정완 감독의 ‘나의 카메라와 춤을’과 김영은 안무, 박하민 감독의 ‘Black Shadow’. 김정완 감독이 ‘나의 카메라와 춤을’에서 우연히 만난 즉흥 춤을 추는 사람들, 그 속에서 즉흥 춤의 본질을 체감한 경험담을 풀어놨다면, 박하민 감독은 ‘Black Shadow’를 통해 한국춤의 정서를 이용해 한 여자의 사무치는 회한의 인생을 구슬프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김계중 감독의 ‘혜성 프로젝트’와 유달이 감독의 ‘Hope by G.Klimt’는 실험 및 설치와 연계된 독특한 작품. ‘Hope by G.Klimt’는 물질만능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생명마저 매매의 대상이 되어 가려는 현실과 위협이 표현돼 있다.

    이번 밤샘영화제 ‘Mullae Cine Fever’는 국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작품들과 어떤 영화제보다도 실험적인 새로운 영화 작품들을 엄선해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장간 창작소 ‘시민참여 와이어 작업’

    일반 관람객들이 철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와이어 설치 작품을 작가와 함께 직접 작업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공동체가 함께 이어가는 행위로서의 과정과 결과물이 예술성을 키워가며 더 나아가 미래라는 지향성을 향해 상상의 다리를 놓아가는 과정의 퍼포먼스. 이는 작가와 시민 그리고 공간의 만남이 창조를 하는데 오는 24일 토요일 1, 2조로 나눠 두 명의 작가가 거리에서 작업을 진행해 가는 것을 시작으로, 시민들도 직접 함께 참여하여 작업하며 이후 다음날인 일요일까지 지속적으로 비치된 안내서에 따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작업으로 진행된다.

    ◇‘문래동 사람들’ 사진 전시회 및 인터넷 사진전

    문래동(특히 문래동3가, 즉 철재상가 주변)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짚어보고 물레아트 축제의 탄생과 의미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인터넷 사진전이 웹사이트에 전시된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 주민은 물론 철공소 아저씨들의 기억이 담겨 있는 사진을 모아서 전시되는 것.

    ◇물레장터와 게릴라 공연

    물레장터와 게릴라 공연은 지난 18일에 이어 오는 25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벼룩시장인 물레장터는 개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물품이나 거래하고 싶은 물건을 가지고 나와 자유로운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이 물레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거래한다는 기존의 시장개념을 넘어서서 자신들의 물건에 대한 기억과 향수 그리는 새로 구입하고 싶은 물건에 대한 욕망 등을 소통하는 장이 될 것이다.

    ◇노천카페와 물레쉼터 ‘카페테리아’

    전시, 공연행사 이 외에도 시민들과 예술가들의 쉼터도 제공했다. 행사기간 내내 이들이 자유롭게 삶의 현실과 상상력을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노천카페는 시민들을 위한 야외카페로 문래동가 신흥상회 앞 거리에 준비돼 있으며, 물레쉼터는 문래동 거주 작가의 작업공간을 활용해 마련했다.

    구 관계자는 “문래동만의 독특한 컨셉과 다양한 예술적 시도로 이뤄지는 이번 축제를 통해 예술단체와 주민들이 공연장을 벗어나 거리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거리예술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은 혼자 혹은 함께여도 그 매력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누군가에게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물레아트페스티벌 2009’의 향연에 몸과 귀를 기울여보자.

    가을의 정취와 빛, 소리, 영상, 역동적인 몸짓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이 곳 문래동3가 철공장 거리를 거닐어 보자.

    김유진 기자 ann@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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