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세종시 공조' 박차

    정치 / 고하승 / 2009-11-11 12: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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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내 마무리 의기투합...박근혜 전 대표, 입장 불변
    당·정·청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11일 연내에 마무리짓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세종시 공조’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 관계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첫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세종시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아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으로부터 세종시 관련 보고를 받고 참석자들이 논의한 결과 이 문제는 중대하고 관심이 집중된 문제인 만큼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 짓도록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서해교전 발발, 신종플루 확산 등 시급한 현안을 모두 팽개치고, 세종시 문제를 왜대 논의 주제로 삼은 것이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 내년도 예산안 등 정작 중요한 정국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지만, 당정청의 최고 관심사는 이런 문제들이 아니라 ‘세종시’였다.

    물론 논의 방향은 ‘원안 추진’이 아니라 ‘수정 추진’쪽이다.

    실제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는 국가대계를 위해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로선 인구 50만명 규모의 세종시 자족도시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거론했다.

    이에 정몽준 대표 역시 “세종시 문제는 국가 대계를 위해 중요한 문제”라며 "당정회의가 실질화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청와대는 정 총리와 정 대표의 세종시 추진방침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으며,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각계 전문가와 수십 차례 토론을 했다. 산업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점검해 연내에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 반대여론과 관계없이 당정청이 ‘공조’하여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미 세종시 문제의 대안을 마련할 '세종시 민·관 합동 위원회'가 구성돼 23명의 위원 명단이 확정된 상태다.

    국무총리실은 16명의 민간 위원 명단을 확정해 이날 오전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 보고했다. 정부 측에서도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장관, 국무총리실장 등 7명이 참여한다.

    민관합동 위원회는 오는 16일 열리는 1차 회의를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에서도 정의화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가 조만간 구성된다.

    하지만 이런 당정청의 공조체제에도 불구하고 ‘정치신뢰’를 들어 ‘원안+알파’가 돼야 한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주호영 특임장관을 만나 세종시 ‘원안+알파’라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며칠 전 주호영 장관에게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와서 국회에서 잠깐 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계획을 설명하는 주 장관에게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이미 밝혔고 할 말도 다했다”고 자신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세종시 `원안고수'로 똘똘 뭉친 친박(친박근혜)계 역시 당정청의 이런 공조체제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거론한 뒤 10.28 충북 재.보선에서 말도 안 되게 참패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은 대개 1년 반, 2년 정도 하면 그만두지만 당이 존속하는 한 우리는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총선, 대선을 다시 이겨 정권이 좌파계열에 넘어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날 친박 이성헌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대통령께서도 열 번이나 넘게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약속을 했었고 또 박근혜 대표께서도 약속을 했었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무슨 양심을 두 개씩이나 달고 사는지 모르겠는데 선거 전에는 공약을 지키겠다고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선거 끝나고 나니까 지금 2년도 안 돼 가지고 양심상 도저히 그걸 할 수 없다고 이렇게 말을 한다면 도대체 그 양심은 어떤 양심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세종시 문제는) 친박-친이의 대결이 아니라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과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또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표 때문이라니… 이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얼굴에 칼 맞고 희생한 사람이 누군데, 어디서 잘 먹고 잘살고 편하게 지내다가 정권 만들어놓으니까 나와서 이러느냐”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유정복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157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혁신도시 건설은 효율적인가? 효율성을 논한다면 이 혁신도시에 비해 세종시는 천국과도 같은데 세종시 행정기관 이전을 취소한다면 지방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은 당연히 취소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행정부처가 이전하면 공무원이 불편하고 국민들도 어렵다고 했는데, 이 정부는 공무원을 위한 정부인가? 그리고 행정기관 이전이 되면 상대적으로 불편한 국민이 있고 상대적으로 편한 국민이 있게 되는데, 수도권 국민은 불편하면 안 되고 충청, 호남, 영남 국민들은 편해지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수정론자들을 향해 쏘아 붙였다.

    이에 따라 당정청의 공조체제 구축에도 불구, 세종시 문제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이날 세종시 논쟁 휴전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경재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세종시 대안에 대해서 이런저런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다 그대로 간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면서 "요즘 본회의장에 있어보면 조마조마하다.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서로 자극하지 말고 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봉 의원도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모두 입을 닫아야 한다"며 "서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선 의원 역시 "온통 세종시에 관한 이야기뿐인데 세종시 이외에 다른 지역의 발전도 시급하고,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한 방안들도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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