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박근혜 밀어내기' 노골화

    정치 / 고하승 / 2010-01-10 14: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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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언-정태근-김용태 의원 등 박 전 대표에 포문
    [시민일보]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홍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강력 제동을 걸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당에서 밀어내기 위한 친이계의 '선긋기 움직임'이 노골화 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로 인해 여당 일각에선 '분당사태'에 가까운 절체절명의 위기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세종시 수정안이 불통될 경우 박 전대표의 승기가 굳어지면서 당내 친이세력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반면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친박계 단일대오에 균열이 가면서 박전대표에게도 치명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거듭 ‘불가’ 입장을 밝히자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이 일제히 박 전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가지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10일 `박 전 대표님에게'라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최근 박 전 대표 주변의 중진의원들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소신을 피력할 때마다 박 전 대표는 그들의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며 "박 전 대표는 과거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어 2002년 2월 박 전 대표가 당시 이회창 총재 체제를 `제왕적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사실을 거론한 뒤 "당시 한 당직자가 `제왕적 총재를 없애자면서 정작 자신은 제왕적 부총재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한 바 있음을 지적했다.

    앞서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2005년 세종시) 당론을 뒤집는 것이다.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저는 반대한다"고 밝힌데 대해 정 의원은 "이것을 혹시 자기가 정한 당론은 지켜야 하고 남이 정한 당론은 안 지켜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역린이 되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친박(친박근혜) 의원조차 세종시를 5살짜리 사생아라고 표현하는데 이제 모두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며 "무례했다면 죄송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의문이라 믿기에 용기를 내보았다. 이외에 많은 의문이 있지만 그건 차후로 미루겠다"고 추가 공격 의도를 내비쳤다.

    앞서 친이 직계 정태근 의원도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표가 당론이 변경돼도 세종시 수정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당헌에 규정된 당론 변경 절차까지 미리 반대하고 나선 것은 해당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당헌에 따라 논의되고 의결되더라도 나는 반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한나라당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귀를 닫고 자신의 입장만 고집한다”며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올 때마다 대못을 박아 논란을 차단하는 것은 민주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친이계인 김용태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여론과 당론 수렴도 거부한 채 자신은 물론 상대의 퇴로까지 끊어놓고 정면충돌하자는 것은 신뢰가 아니고 아집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마치 약속이나 한듯 친이 소장파 의원들이 일제히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연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밀어내기’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로 하여금 압력에 못 이겨 스스로 탈당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 친이 의원 일부는 박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차리더라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민심이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더 유리해 질뿐만 아니라, 친박 신당이 탄생되더라도 한나라당 표만 분리되는 게 아니라 야권 표 역시 분리돼 큰 손해가 없다는 것.
    하지만 친박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친이-친박 사이에 큰 갈등을 불러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빌미로 분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도 한나라당의 대주주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박 전 대표인만큼, 싫으면 이 대통령이 탈당해야지 박 전대표가 탈당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근혜 밀어내기’ 전략은 실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오히려 이를 통해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당내 친박 세력들이 새롭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이정현 의원은 즉각 성명을 내고 “친이계 의원들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은 세종시 문제의 본질과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라며 “저급한 인신비방에 대응을 자제하겠으나, 똑바로 주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또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한나라당 출신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고 한나라당이 대선, 총선, 지방선거, 보궐선거, 대선경선에서 수십 번도 더 확고하게 대국민 약속을 했던 사업”이라며 “이보다 더 확고부동한 당론은 있을 수 없고, 이보다 더 엄중한 대국민 약속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친박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세종시를 지금 다급하게 한두 달 사이에 이런 식으로 일을 만들면 정말로 전국적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며 “땅을 공짜로 주고 국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따져 물었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친박계 대부분은 이심전심으로 박 전 대표와 통한다고 보면 된다”며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친박계 결속력을 과시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7일 "원안이 배제된 안에 반대"라며 세종시 정국 `좌표'를 재확인 한 바 있다.

    정부는 신(新)세종시' 컨셉으로 돈과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첨단경제도시'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이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의총을 열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확인되면 당론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수정안 입법작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 60여명에 달하는 친박계의 도움 없이는 수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정안이 부결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종시 불발로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자진 탈당하는 형식으로 밀려나는 사태가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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