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號, 전력差 극복 '숙제'

    스포츠 / 차재호 / 2010-03-04 11:09:30
    • 카카오톡 보내기
    해외파 활약 힘입어 코트디부아르 2-0 완파… 대체 전력 보강 시급
    의외의 승리가 가져다 준 기쁨도 크지만, 해외파의 비중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허정무호는 지난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22위(한국 53위) 코트디부아르를 2-0으로 완파하며 주가를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55)은 베스트11에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22. 볼턴 원더러스), 기성용(21. 셀틱), 차두리(29. SC프라이부르크), 이영표(33. 알 힐랄) 등 해외파를 주축으로 내보냈다.

    한국은 경기시작 3분 만에 이동국(31. 전북)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잡은 뒤, 코트디부아르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곽태휘(29. 교토상가)의 추가골까지 보태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코트디부아르전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승리의 원동력을 해외파 가세와 활약으로 꼽고 있다.

    미드필드진에 나선 박지성과 기성용, 이청용은 김정우(28. 광주)와 함께 라인을 구성, 압박과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좌우 측면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기성용은 날카로운 문전 세트플레이로 두 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공간이 열릴 시 적극적인 2선 침투를 펼쳤고, 패스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 수준급 실력을 과시했다.

    이같은 활약 덕택에 한국은 중원 싸움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한 채 코트디부아르를 공략할 수 있었다.

    흔들리던 포백라인의 무게 중심도 이영표(33. 알 힐랄)와 차두리(30. SC프라이부르크)가 가세하며 안정을 찾았다.

    두 선수 모두 공격지향적인 풀백이라는 점에서 중앙수비수들의 부담이 늘 것으로 보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오히려 출중한 경험을 앞세워 수비 안정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3선 공격수의 역할까지 수행해내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남아공, 스페인 전지훈련과 2월 일본 도쿄에서 가진 2010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졸전으로 압박을 받았던 허정무호는 이날만큼은 이전의 모습과는 판이할 뿐만 아니라 힘까지 붙은 모양새였다.

    기분 좋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한구석에 남는 아쉬움은 해외파의 합류여부에 따라 갈라지는 전력편차다.

    앞서 밝혔듯이 한국은 1~2월 해외파 소집규정 탓에 국내파 위주로 전력을 꾸려 갖가지 실험을 펼쳤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그쳤다.

    게다가 프로팀과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두고, 중국에 3골차 영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자 전술변화를 넘어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등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내용을 자세히 짚어보면 허 감독이 내세운 전술이 4-4-2 포메이션과 좌우 측면 및 세트플레이 등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트디부아르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기와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해 활로를 개척한 해외파들의 개인 전술수행능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들 중 하나라도 부상 등의 이유로 본선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면, 전력누수 문제를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허 감독은 유사시를 대비, 이들을 대체할 자원들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본선 개막을 3달여 앞둔 현재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시험한 이근호(25. 주빌로 이와타), 김남일(33. 톰 톰스크), 김재성(27. 포항)은 2% 부족한 활약을 보여 허 감독의 마음 한 편을 쓰리게 했다.

    후반 45분 간 활약한 안정환(34. 다롄스더)은 그간의 부진을 잠시 털어낸 모습이지만,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활동량과 스피드 탓에 아직 확신을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해외파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서 이들의 대안을 서둘러 찾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강호를 상대로 가진 모의고사에서 호성적을 거두면서 얻은 경험과 자신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지만, 자만심을 경계하는 겸허한 자세와 약점을 사전에 보완하는 혜안과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차재호 차재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