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당선자에게 듣는다<서울 구로구>

    정치 / 고하승 / 2010-06-06 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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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청장 이성 ""어렵게 꼬인 가리봉동 재건축해 해결 급선무"""
    국민 대다수가 4대강등 반대 불구 정부, 백년대계 확신갖고 밀어붙여... 국민들 꾸지람에 野 당선자 많아
    생태하천기능 영원히 불가능해지는 안양천 뱃길사업 사실상 미니운하... 주민쉼터뺏는 징검다리 설치도 NO

    [시민일보] 이성(민주당) 서울 구로구청장 당선자는 자신의 승리요인에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 데는 큰 틀 속에서 이뤄진 선거구도의 영향이 컸다. 정부 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꾸지람이 작용한 결과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주의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향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자는 “최선은 왕조나 독재시절의 얘기다. 과거 절대군주나 독재자들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 일들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던 경우가 더 많았다. 국민은 국민대다수가 동의한 차선의 결과를,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최선의 결과보다 더 행복하게 받아들인다"며 " 민주주의 시대에는 아무리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해도 국민 대다수가 ‘옳지 않다’고 하면 그 말을 따라야 하는데, 현 정부는 4대강 등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년대계’라는 확신만 가지고 밀어붙였다. 아무리 강한 확신이라도 본인의 뜻대로만 할 수 없는게 민주주의다. 그걸 현 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 세종시도 국가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확실일 뿐,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큰 꾸지람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로구의 현행 정책 역시 구청장 개인의 뜻만으로 밀어붙였던 측면이 적지 않다. 주민 반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오만함에 대한 견제가 이번 선거에서 반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수위 운영방향에 대해 “(인수위 참여가)승자가 세를 과시하는 점령군처럼 되어서는 안된다"며 “더 머리 숙이고 더 겸손하게 공존의 틀을 모색할 수 있는 인수위 운영을 위해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공무원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포용하지 않으면 끝없는 분열이 이어질 것”이라며 ‘포용’을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극단적으로 저를 싫어하고 한나라당 후보인 양대웅 구청장을 지지했던 그룹이 있었다. 거의 합법적이지 못한 불법 운동으로 고통을 주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집단적이고 변칙적으로 상대 후보를 지원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던 사례도 있었다. 이로 인해 선거가 끝나자 제 주위에서 상대 후보를 도왔던 열렬 지지자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해단식에서도 ‘나보고 복수하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제 뜻을 분명히 밝혔다" 며 “8년 전에도 선거가 끝난 후 승자에 의해 전임 구청장 측근 공무원들이 반강제적으로 타구에 전출됐는데 그 수가 20명이 넘었다. 그들 20여명이 똘똘 뭉쳐서 선거기간 내내 제게 와서 자원봉사자로 뛰었다. 저 역시 같은 전철 밟는다면, 4년 뒤 다시 상대진영에 가서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 아니냐.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겼으면 됐다"고 소신을 폈다.

    실제로 이 당선자는 당선 소식을 접한 이후 제일 먼저 상대후보를 가장 열렬히 지원하고 자신을 극단적으로 반대했던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가 식사를 한 것도 그의 이런 소신의 일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해당 주민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조직정비에 대해서도 “사람을 좌천시키는 조직 정비가 아니라 기능적으로 공약 이행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을 두고 조직을 정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구청내에 ‘일자리 과’를 신설해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우선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지역현안 문제로 ‘가리봉동 재정비촉진사업’을 꼽았다.

    이 당선자는 “가리봉동 재건축촉진사업이 어렵게 꼬여 있어 주민 불안이 상당히 높아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부터 빨리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로구청장이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30여년 공직 생활을 통해 서울시 공무원그룹과 상당히 친하게 지내고 있고 그들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청장 당선자나 시의원들이 한나라당 다수인 상황이라면 몰라도 큰 걱정 없다. 구청이 시청의 도움 받아야 하지만 시청도 구청의 협조를 받아야 할 일들이 많다. 시청의 시책들 가운데 구청의 협조를 받아야 할 사안이 많다. 서울시의 일방적 지시에 의한 운영은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자는 취임 후 전임 구청장이 추진하던 사업에 대해 “대부분의 사업은 중단 없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이익보다 구청장 개인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과시하기 위한 정책들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과학고 유치만 해도 그런데 관내에 과학고가 있다는 건 구청장 개인의 자부심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구민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구로구의 교육예산 지원은 서울시에서 8위를 차지했는데도 구민 학력수준은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작년도 수능성적 평균을 보니까 평균에서 20점이나 뒤떨어졌다. 교육예산이 학생들 성적 향상을 위해 쓰이기보다 학교 잔디 깔기나 학교 담장 가꾸기 등 주로 외형적인 지원에 치중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학로에 있던 문화예술진흥재단을 구로구로 이전해서 ‘구로가 서울문화예술의 중심지’라고 자랑하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문화예술 중심지 되는 건 아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구축이 더 중요한데 그런 면들이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다.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혜택 갈수 있도록 조정하고 수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아주 크게 반대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한강 유람선을 고척교까지 연장하는 ‘안양천 뱃길’사업은 전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안양천은 수심 30-50cm 밖에 안되는데 유람선이 다니려면 안양천 수심을 3m는 더 파야한다. 사실상 미니운하인 셈이다. 수직으로 콘크리트 옹벽을 양쪽으로 쳐서 3m 깊이로 파게 되면 안양천의 생태하천 기능은 영원히 불가능해지고 뱃길로만 운영되고 말 것이다. 철새보호지인데 철새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루에 고작 500명 이용하는 유람선을 위해 너무나 많은 주민편의시설이 희생돼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오랜 시간동안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안양천을 유람선 때문에 황폐화시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경관도 완전히 자연하천이 아니고 운하공간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것이 들어오면 구로구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이성, 그는 누구인가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후보인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주문은 ‘좀 더 강력한 구청장의 카리스마를 보여다오’였다고 한다.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기위해서는 그의 부드러운 천성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자구책’ 차원의 요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통하지 않은 주문이었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구청장보다 이웃집 아저씨같은 구청장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가지고 있는 쇠를 녹이는 부드러움의 내공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에게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절충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30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기획통’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치밀한 기획력을 인정받은 그인 만큼 부드러운 천성 속에 강한 면모가 읽혀진다. 실제로 구로부구청장 재직시 장난감 도서관, 넥타이 마라톤 대회, 안양천 걷기대회, 안사모(안양천을 스스로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서 정착시키는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그룹으로 시장상인, 노점상, 환경미화원 등 개미군단을 꼽았다. 아침 출근길에 그들로부터 진심이 가득한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전하는 표정이 행복해 보일만큼 그들의 대해 큰 애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그는 이런 계층의 주민들을 섬기며 일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의욕이 결코 간단치 않은 결과물을 내놓을 것 같다. 일찍이 그는 전세금 전부를 들고 1년간 가족을 동반한 세계 여행길에 오를 만큼 분명하고도 흔치 않은 자기 소신과 뚝심을 보인 바 있다. 구로구의 수장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기대되는 이유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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