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당선자에게 듣는다<서울 서대문구>

    정치 / 고하승 / 2010-06-15 15: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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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청장 문석진 ""투명한 구정위해 모든 행정정보 공개하겠다"""
    뉴타운문제 반드시 해결할 것
    전임자 비리사건 경위 파헤쳐
    홍제천 예산집행을 전면공개
    교부금 확대등 서울시에 요청

    [시민일보] 두 번의 낙선 끝에 꿈을 이룬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당선자는 6.2 지방선거에 대해 “지난 8년간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권력독점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문 당선자는 “국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고 많은 일들을 밀어붙이기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했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터지는 사건들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히 자기의 의사를 소중한 한 표를 통해 보여주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공인회계사로서 세종문화회관 등 주요 기관의 감사업무를 맡아왔던 그는 ‘회계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문 당선자는 “공공기관의 감사업무를 보면서 불합리한 우리의 구정 시스템을 반드시 변화시켜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며 “회계의 투명성은 모든 자료의 공개에 있다. 나는 이러한 원칙을 구정에 도입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계약 사항은 물론이고 가능한 범위 내의 과거(최근 5년이내)의 모든 정보도 공개할 것이다. 주민들이 행정 정보 공개를 원하기 전에 먼저 공개하는 행정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꼭 회계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주민이면 누구나 전문가가 되어 구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수위 구성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 인수위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우려 때문인 것 같다”며 “인수위는 이번 선거와 당과 전혀 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했다. 교수, 전직 관료 등 국가의 주요 정책에 참가했던 분들을 모셔 소중한 경험을 우리 구를 위해 써 주시길 부탁드렸다. 인수위는 구청 상황을 소상하게 파악하거나 우리의 공약을 재점검하는 건 물론 서대문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원장은 정창윤 전 연세대 총장이 맡았다. 문 당선자는 인수위 활동이 끝나면 이들 인력을 구정자문위원으로 재임명하겠다는 의중이다. 실제로 인수위는 업무 토론과정에서 강도 높은 질문과 지적, 요구 등으로 관련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는 후문이다.

    문 당선자는 시급한 지역 현안으로 ‘지역 주민들 간의 불신 해소’를 꼽았다.

    특히 뉴타운 문제와 관련, 추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갈등 상황이 심각한 양상이어서 이에 대한 행정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뉴타운 문제는 주민의사 결정에 따르는 게 당연하지만 의사 통합이 어려운 경우는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전임 구청장이 무사안일의 사고로 수수방관한 태도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뉴타운 문제 해결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추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모두 만나 타협을 위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또한 지역마다 전담 공무원들을 배치하여 변동 사항을 매일 점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서울시정은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강남의 몇 개 구민 선택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진정 서울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들어야한다”고 지적하면서 “그 동안 강북에 대한 투자가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교부금 확대 등 낙후된 강북에 대한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다. 이런 사항은 서울시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와 유기적인 업무 관계로 조화로운 시정, 구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 당선자는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그는 ‘전임 구청장의 정책 가운데 특별히 승계할 정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히 승계할 부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당선자는 “아쉽게도 전임 구청장 업무 중 단 한 건도 정상적으로 승계 받고 싶은 분야가 없다. 그만큼 주민들의 기대를 벗어난 비도덕적 행태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지난 전임자 시절 물의를 빚었던 비리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경위를 파헤칠 것이다. 뉴타운 추진과정, 인사비리, 각종 공사 발주시의비리 등을 면밀히 조사하여 다시는 이런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홍제천 개발사업에 6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사안에 대하여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업 초기부터 집행 과정까지 재조사하여 부당한 예산 집행 사례에 대해 모든 구민에게 전면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당선자는 인사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발본색원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구 인사비리 역시 고질적인 문제”라며 “모든 인사에 대하여 원칙을 세우고 그것에 기초하여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정부패를 없애는 것은 결국 예산의 집행과 인사에 관해 얼마만큼의 투명성을 담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우수사례 등을 참고하고 전문가 의견도 취합하여 모범적인 인사제도를 정착시킬 것”이라며 “공조직은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문 당선자는 “두 번 구청장에 도전하고 세 번째 만에 비로소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저를 잊지 않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주민들께서 왜 문석진을 뽑아 주셨는지, 구청장이 되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지 그 뜻을 잘 알고 있다. 구청장의 임기 4년, 1461일 동안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구정에 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한번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은 것 하나를 변화시키면 그것이 우리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킨다. 변화는 아주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가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회에서 소외되신 분들과 어려우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 분들의 희망이 되겠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문석진, 그는 누구인가

    세 번 도전이 그에게 만들어 준 내공의 힘일까?

    서대문 구정을 접수하기 위해 워밍업 중인 예비구청장으로서의 일머리를 풀어나가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다. 미숙한 낌새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노련한 일솜씨로 눈길을 끌었다. 그의 계획을 듣고 있다 보면 알 거 같았다. 선거에서 낙선할 때 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꿈을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해왔는지를.

    기본적인 인성이 부드러운 편이어서 정치와는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가 왜 그토록 구청장이 돼야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던 걸까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더니

    “사회에서 아주 사소한 어느 것 하나가 변화 하면, 그것이 다른 변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된다. 제게 어떤 역할이나 권한이 주어졌을 때, 어느 하나를 바꾸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신념과 철학이 있다. 이게 내가 구청장을 하고자 하는 이유”라는, 아주 선명한 대답이 망설임 없이 돌아왔다.

    ‘구청장직’에 대한 남다른 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그는 일반적으로 단체장의 ‘처세’에 ‘두루뭉실’이나 ‘에두름’이 필요충분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반해 구도자의 ‘무욕’이나 ‘고지식함’, ‘철저한 원칙’ 등 형이상학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특별함을 보여줬다.

    당선의 기쁨이 남다르겠건만 4년 구정운영 로드맵 완성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에서 오래 구상해 온 자신의 꿈을 녹이려는 의욕과 완벽한 구청장이 되고 싶어 하는 욕심이 보이기도 했다. 구청장 임기 4년을 1461일이라는 낱알의 일수로 계산해 내는 것도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의 영향도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임하겠다는 남다른 각오 다지기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목적한 바를 이뤄낸 그 불굴(?)의 의지를 감안한다면 그가 내미는 4년 후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가 될 것 같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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