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여권 친이 주류 세력이 연일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MB에게 등을 돌린 국민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3일 “개헌, 절대 늦지 않았다. 2012년 놓치면 또 20년 기다려야 한다”며 “6개월 이내에 개헌을 끝내자”고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한나라당 원내 지휘사령탑인 김 원내대표는 이날 PBC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세력과 하면 안 된다는 세력 모두가 과거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라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자기들 유불리를 생각해서 지금 개헌 너무 늦지 않았느냐 하고 반대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절대 늦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헌의 방향에 대해 “권력이 집중되는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물리적 역부족 때문에 여러 가지 폐해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경험했다. 또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실패한 것이라는 게 증명이 되고 있지 않느냐. 과거 5명의 대통령이 모두 마지막에 불행해지고 자기가 속한 정당으로부터 축출당하는 그런 비극이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제안한 ‘분권형+4년 중임제’를 적극 지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선정국 시기로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5년 선거, 4년 선거의 주기가 가장 맞아 떨어지는 것이 2012년이다. 이걸 놓치게 되면 또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내년 12월 말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그 전에 한 1년 반 정도 시간 있다. 여야간에 합의만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논의 자체를 막고 반대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논의를 해서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그런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개헌 결론의 시한에 대해서도 “올 초부터 시작해서 6월 전에 끝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구랍 31일 한 방송에 출연, “내년 1월부터 개헌을 공론화해 야당과도 의견을 나누고 여당 안에서도 토론을 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개헌에 미온적인 친박근혜계를 설득하기 위해 그는 “박 전 대표에게 개헌의 내용을 설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이 박 전 대표 설득 카드로 제시한 것이 바로 ‘분권형 + 4년 중임제’다.
실제 그는 “4년 중임제를 하고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갖게 하며 국내 정치는 내각이 책임지는 것”이라며 자신이 개헌 구상인 4년 중임제와 연계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설명했다.
분권형 개헌시 대통령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내각이 정권을 다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안상수 대표도 개헌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다.
비록 최근 잇단 구설수로 개헌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부터 분권형 개헌을 수차에 걸쳐 강조해왔었다.
하지만 이재오 장관과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친이 핵심 인사들이 이처럼 연일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음에도 민심은 냉담하다.
3일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 임기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32.1%에 불과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MB 임기내 개헌 추진을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무려 63%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민심이 얼마나 싸늘하게 돌아섰는지 알 수 있다.
실제 개헌론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논의 자체를 다음 정권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26.4%)과 현행 헌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의견(26.6%)을 합쳐 총 53%의 응답자가 현 정부 후반기 개헌 추진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현행 헌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난해 9월 조사(20.5%)에 비해 6.1%포인트나 증가했다.
아마도 한나라당의 예산안 일방 처리로 민주당내 개헌론자들이 등을 돌린데다가 한나라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계 소장파들까지 반대하고 있어 국민들도 이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 선호도에서는 현행 5년 단임제를 찬성하는 의견이 28.6%에 그친 반면 4년 중임제를 택한 의견이 33.8%로 가장 많았다. 반면 친이 주류세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불과 11.8%만 찬성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김무성 원내대표가 ‘분권형 대통령제+4년 중임제’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권형제에서의 대통령은 사실상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로 5년 단임제나 4년 중임제나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박계 김재원 전 의원은 최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무성 원내대표 등이 지속적으로 개헌론을 언급하는 것과 관련, “개헌은 안 된다. 될 수가 없다. 예산안 단독 처리로 야당을 저렇게 화나게 했는데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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