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최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정동기 감사원 내정자 불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12일 “안상수 대표의 정치 스타일로 봐서 사전에 최소한의 교감 없이 일 저질렀다, 이렇게 보기 어렵다”며 청와대 등과의 ‘사전 교감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 박사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한 후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교감이라든지 또는 당일 날 원희룡 사무총장이 설명을 하면서 주말에 대통령실장과 걱정을 좀 같이 나눴다,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러니까 청와대와 공식적인 당청협의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교감을 가지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을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고위원 전원이 부적격 의견을 낸 것은 요즘 연말연시로 한나라당 의원, 민주당 의원 마찬가지지만 다들 지역구 활동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지역구 민심을 듣게 돼 있다. 그러니까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아주 나쁜 악화된 민심을 여과 없이 듣고 나서 회의를 했기 때문에 전원일치 부적격 이런 의견을 모으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고 박사는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직간접적인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굉장히 격노했다, 절차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고 박사는 “청와대가 지금 조직이 사실은 이원화 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니까 대체로 한두 사람하고 얘기해서 어느 정도 서로 의견이 확인이 되면 서로가 행동을 움직이면서 서로 알아서 호흡을 맞춰가고 그래야 되는 건데, 이번 상황에서 매끄럽지 않게 된 것은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반발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청와대가 추천을 했는데 당에서 심사숙고한 끝에 부적격 의견을 냈고 당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고려하면서 청와대가 고민을 했으면 매끄럽게 민심도 얻고 당심도 얻으면서 대통령이 힘도 안 빠지고 국정운영 해나갈 수가 있었는데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매끄럽게 안 된 것”이라며 “여기에 김무성 원내대표가 들어오면서 나는 동의한 적 없다, 이렇게 또 해버리니까 사실 최고지도부 중에 일원인데 최고위원 전원이 부적격 의견을 낸데 대해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오히려 당 안에서도 이견이 더 증폭돼 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고 박사는 “이런 이후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이지 청와대에 대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의견을 낸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보는 시각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동기 후보자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 “자진사퇴는 이미 결정돼 있는 상태”라며 “다만 그걸 하려면 아무래도 정동기 후보자 입장에서도 정말 공직의 마지막을 불명예스럽게 정리해야 되는 상황 아니냐.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이런 식의 인사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대통령의 인사철학이나 인사스타일에서 뭔가 흔쾌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계속 터진다”며 “그럴 경우에도 비서관들 차원에서 그걸 보완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걸 제대로 고언하거나 충원하거나 보완하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가 자꾸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나라당한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청와대가 격노했다고 해서 여기서 물러서선 곤란하다”며 “당장 내년 총선 치르는 건 청와대가 아니고 한나라당이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둘러싸고 야권과 한판 승부를 하는 곳도 청와대가 아니라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청와대 심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여기서 주춤하고 (당대표 신년연설에서)‘견제’ 표현도 빼버리고, 이런 식으로 주춤주춤 거리면 한나라당한테 힘을 실어주려고 했던 지지자들도 다시 또 쳐다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할 말은 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이야말로 총선이나 대선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박사는 레임덕 문제에 대해 “레임덕 걱정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레임덕을 걱정해서 자꾸 당을 단도리 한다고 해서 레임덕이 안 생기는 게 아니다. 어떤 면에서 당을 단도리 하게 되면 레임덕이 더 가속화 된다”면서 “레임덕을 해소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국정운영 지지를 계속 많이 받는 거다. 그리고 당을 앞세우는 거다. 당을 앞세워서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오던 레임덕도 다시 돌아간다. 그런데 당을 자꾸 단도리 하는 식으로 해서 선거에서 져버리면 아무리 철옹성을 쌓아도 레임덕이 스멀스멀 오니까 아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당을 앞세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 박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 주민투표를 제안 한 것에 대해 “(오 시장이)승산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고 박사는 “우선 서울시가 직접 제안할 경우에는 의회에서 결의를 안 해줄 것이기 때문에 도리 없이 주민발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42만 명의 주민을 모아서 한다고 하더라도 투표권자 1/3이 투표에 참석해야 유효가 된다. 제주도는 그 유효를 채우지 못해서 무산이 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투표율을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전망에 “투표율을 실제로 올린다하더라도 6.2 지방선거 재판이 된다면 이긴다는 보장보다는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일축했다.
그러면 ‘오 시장이 왜 주민투표 카드를 꺼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포석이라고 하는 해석도 있지만 그건 과도한 해석인 것 같고, 오세훈 시장이 어쨌든 임기 4년을 마치려고 하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워낙 자신의 생각과 철학과 맞지 않기 때문에 또 시의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묶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인 한도 내에서의 수단을 다 동원해보겠다, 이런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 나름대로의 진정성은 인정하고 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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