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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구 산림청장)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은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면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던 정자나무을 떠올리곤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정자나무 주변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상의하고, 서로의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정자나무 아래는 마을의 쉼터요, 회의장이요, 연회장이었다.
나의 시골마을 고향 풍경도 그랬다. 무더운 여름날 정자나무 아래에서 어른들이 장기를 두는 동안 사내아이들은 땅에 금을 그어 고누를 두고 계집아이들은 공기놀이를 하면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울고 웃던 추억이 있다.
점심을 먹은 뒤 오수를 청하는 곳도 집이 아닌 정자나무 아래였다. 정자나무 밑에는 굿도 펼쳐지고 제사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정자나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대화를 만들고, 웃음과 위로가 끊이지 않는 나눔과 소통의 중심이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이 문화가 도시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 없어져 가고 있다. 오늘날 시골에 젊은이는 없고 노인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모습도 시골 노인들과 함께 우리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자나무가 우리에게 기억의 저편에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리는 매개체가 되는 것은 그 만큼 우리의 의식 밑바닥에 나눔과 소통, 격려와 위로에 대한 향수가 서려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산림청에서는 이점에 착안해 올해 ‘내 고향 정자나무 심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출향인사, 기업인 등이 4대강 주요 수변공원에 있는 만남의 장소, 고택, 전통마을, 문화재, 모교 등의 주변에 정자나무를 심어 애향심을 실천하고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내 고향 정자나무 심기에 참여하는 출향인사는 고향의 따뜻한 정을 느끼고 추억을 만들어서 좋고, 마을사람과 방문자들은 이곳을 쉼터로 활용해서 좋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일이다.
정자나무로 많이 심는 나무는 오래 살면서 수관 폭이 넓고 병해충에 잘 견디는 느티나무와 팽나무 같은 수종이다. 나무를 심을 때는 뿌리 바로 윗부분의 직경이 40∼60㎝ 정도 되는 1∼3그루를 심는 것이 보통이다.
정자나무는 참여기업이나 출향인사가 조경수협회나 조경회사, 산림조합 등을 통해 구입하여 심거나 아니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무를 직접 옮겨 심을 수도 있다.
나무를 심은 후에는 기념표석이나 안내판 등 참여자를 나타내는 기념물을 설치하여 기업홍보에 활용하거나 참여 의미를 알릴 수도 있다.
마을주민의 소통 마당으로 활용되어온 정자나무는 사라져가는 문화가 아니라 새롭게 발전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마을 어귀 뿐만 아니라 강변 쉼터에, 문화재 주변에, 지역 명소나 관광지에, 모교 운동장에 정자나무를 심어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날로 삶이 각박해져 간다고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소통과 나눔을 위한 공간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이 우리가 추구하는 고향의 모습이요 행복한 풍경이 아니겠는가?
정자나무는 우리 고향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요, 몸과 마음이 고달플 때 항상 찾아가서 기댈 수 있는 포근한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넋두리를 받아주는 친구이며 늘 변함없음을 가르쳐 주는 진정한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출처 :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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