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병원들, 의료장비 구입 후 창고에 방치

    지방의회 / 이영란 기자 / 2012-07-02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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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옥 시의원 “특정업체 통해 수백억 원대의 의료장비 구매”
    [시민일보] 서울시 산하 7개 시립병원들의 의료장비 구매실태를 감사한 결과,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한 후 사용하지도 않고 창고에 무더기로 방치한 사례가 드러났다.

    2일 서울시 감사관이 김기옥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의료장비 구매실태 특정감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 산하 3개 직영병원(서북, 은평, 어린이병원)과 4개 위탁병원(보라매, 서남, 동부, 북부병원)에 대한 감사에서 밝혀낸 주요 문제는 이밖에 지방계약법 규정에 어긋나는 특정업체를 통해 수백억 원의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구매당사자인 시립병원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의 제3자가 낙찰 예정가격을 결정하는 등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의 의료장비 구매행정에 총체적인 부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기옥 의원(민주통합당, 강북1)은 “그동안 수많은 문제들을 지적해도 시립병원들을 지휘, 감독해야 할 서울시가 오히려 병원 측의 입장에 서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 해 11월, 2010년 이후 총 8,811건(527억 원)의 의료장비 구매건 가운데 낙찰률이 99% 이상인 계약이 무려 2,938건(148억 원)으로 구매액수의 28.2%에 달해,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의 의료장비 구매 시 사전 낙찰가 유출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는 “병원 측이 예정가격을 직접 작성 후, 밀봉·보관하고 위탁업체 홈페이지에서 시립병원 계약담당자의 공인서를 가지고 입력을 하므로 예정가격이 유출될 수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부임 뒤, 김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서울시에 특별감사를 요구했고, 시는 지난 연말 뒤늦게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한 후, 사용하지도 않고 창고에 방치사례는 ▲서남병원(165점/6억2431만3000원) ▲서북병원(2점/4730만원) ▲은평병원(1점/660만원) ▲북부병원(11점/9165만원) 이다.

    또 보라매병원과 서남병원은 구매계약을 하면서 ‘지방계약법’ 규정에 어긋나는 특정업체와 의료장비 구매대행계약을 체결하여, 198억 원의 의료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서울특별시로부터 교부받은 민간대행 사업비로 병원 장비를 위탁 구매할 때에는 계약법령에서 규정한 전문기관 등에 위탁하여 구매해야 함에도 이들 병원은 지방계약법에서 위탁 가능한 기관으로 지정되지 아니한 ‘E주식회사’와 병원구매(계약) 업무외주위탁 계약을 체결하여 의료장비를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E주식회사는 서울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경희의료원 등 병원과 의료산업계 등이 주요주주로 참여하여 설립한 회사로 의약품 및 의료장비 입찰 구매대행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보라매 병원의 경우, 구매당사자인 시립병원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의 제3자가 낙찰 예정가격을 결정하도록 묵인, 방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은 “2010년 5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일반경쟁입찰로 구매한 총 60건(94억 8,820만원)을 분석한 결과, 25건(30억 4,556만원)이 예정가격과 동일한 가격에 낙찰되는 등 무려 48건(72억 2,701만원)이 예정가격대비 95% 이상으로 낙찰(건수기준 80%/금액기준 76.2%)됐다”며 “E주식회사의 주요 주주인 서울대병원 소속 업무과 직원이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의 의료장비 구입예정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옥 의원은 “감사 보고서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민간기업 같으면 즉시 해고할 만한 심각한 잘못들을 범하고 있는데도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같아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의료행정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인 만큼 위탁병원 및 직영병원에 대하여 보다 엄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종합병원, 요양병원, 특수병원 등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들의 병상 수가 3,127개로 규모면에서 이미 국내 최대의 병원시설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가 공공의료 수준의 향상과 의료서비스의 확대를 주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서울시립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서둘러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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