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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서 만나는 누구든 길동무
2.5㎞~22㎞ 체력따라 코스선택… 분수쇼ㆍ해바라기텃밭등 이색 볼거리도 풍부
[시민일보] 서울 한강은 오래 전부터 자전거 타기 좋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의외로 지천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모르는 이가 많다.
서울시(도시교통본부)는 이같은 사람들을 위해 20곳 총연장 162㎞에 이르는 성북천ㆍ성내천ㆍ불광천ㆍ양재천ㆍ탄천ㆍ안양천ㆍ중랑천 등 여름철 한강 지류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지천 자전거여행 코스 7선’을 최근 소개했다.
지천 자전거여행의 매력은 무엇보다 코스가 다양해 성북천(2.5km), 성내천(4km)처럼 짧은 코스부터 워밍업하다가 안양천(13km), 중랑천(22km) 등으로 수준을 높여 가며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치구가 달라 각 지역마다 특화된 볼거리, 즐길거리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천을 달리기 전에 미리 확인하고 챙겨 두면 좋을 지천 자전거여행 팁 3가지로는 먼저 기상정보 확인은 필수.
지천은 제방 없이 하천 가장자리와 자전거도로가 맞닿아 있어 비가 오면 물이 금방 불어나거나 도로 일부가 잠길 수 있으므로 날씨 정보를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천 자전거도로에는 화장실ㆍ매점 등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
출발 전에 서울시 자전거홈페이지나 자전거 내비게이션 앱 등을 이용해 화장실의 위치를 확인하고, 약간의 마실 물과 초코바 하나 정도 챙기면 유용하다.
세 번째로 한강처럼 일부 지천에도 자전거대여소가 마련돼 있어 개인 자전거를 이끌고 나서기가 번거롭다면 대여소가 있는 지천을 선택해 자전거를 즐기면 된다는 점이다.
● 하천 폭 좁고 얕아 물에 발 담그고 쉬어가기 좋은 '성북천'
성북천은 성북구청~안암동주민센터~대광초등학교~성북천교(청계천 합류부)까지 2.5km, 약 20분 코스다.
성북천은 7개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로, 하천을 중간에 두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돼 있는데다 꽃길ㆍ솟대ㆍ분수 등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주말마다 각종 문화행사가 열려 자녀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성북구청~보문2교까지 약 200m는 자전거도로가 성북천 제방 위에 조성돼 있다.
본격적인 자전거도로는 보문2교 앞의 내리막길에서부터 시작된다.
성북천은 하천 폭이 좁고 물이 얕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에 아무 바위에나 앉아 발을 담그기 좋다.
시선을 멀리 두고 페달을 천천히 밟다보면 키 작은 풀 사이에 숨어 낮잠 자는 오리도,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야생화도 눈에 들어온다.
성북천 코스에서는 성북구청 앞ㆍ보문4교ㆍ보문1교에 설치된 3개의 분수에서 각각 하루 3번(낮 12시ㆍ오후 3시ㆍ6시, 1시간씩) 분수쇼를 볼 수 있다.
하류로 향하는 길 벽면엔 성북천의 유래를 표현한 타일벽화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재미를 더해준다.
● 굽이굽이 시골 개천 달리는 '성내천'
성내천 코스는 성내천 인공폭포~동아일보사(오금동)~올림픽선수촌아파트~올림픽공원 한성백제박물관까지 이어지는 4km로, 27분 코스다.
성내천은 인근 양재ㆍ탄천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멋이 있다.
짧지만 굽어 돌아가는 길이 많아 새삼 자전거를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
또한 좁은 하천폭에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 마치 시골 개천을 달리는 호젓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올림픽공원을 향해 달리다 보면 꿈틀거리며 벽면에서 튀어나올 듯한 ‘그라피티 월’을 볼 수 있는데, 이는 2010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비보이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ㆍ미국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조성했다.
성내천에는 다른 코스에선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올해 4월 올림픽공원내에 개관한 ‘한성백제박물관’.
입구 거치대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으니 여유롭게 숨을 고르며 둘러보면 된다.
88서울올림픽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 발견된 ‘몽촌토성’은 2003년부터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진 이래 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한 지 8년여 만인 2012년 개관했으며, 1만9423㎡ 규모의 건물에 4만2311점의 백제 유물이 전시돼 있다.
88서울올림픽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 발견된 ‘몽촌토성’은 2003년부터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진 이래 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한 지 8년여 만인 2012년 개관했으며, 1만9423㎡ 규모의 건물에 4만2311점의 백제 유물이 전시돼 있다.
● 해지기 전 가볍게 다녀 올 수 있는 '불광천'
불광천은 응암역~월드컵경기장~망원한강공원 수영장까지 5.0km, 약 30분 코스다.
불광천은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지천 중의 하나.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갖고 나오기 번거롭다면 무료로 빌려 왕복 코스로 다녀오는 것도 좋다.
불광천 자전거종합서비스센터에는 자전거 대여소 뿐만 아니라 수리소, 휴게실, 샤워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불광천 코스는 마니아들에게 자전거타기 좋기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불광천 자전거도로는 해가 넘어가도 길게 늘어선 가로등으로 인해 불야성이므로 해가 긴 여름철, 칼퇴근하고 느지막이 자전거를 타러 나서보는 것도 괜찮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같은 날엔 더위가 한풀 꺾인 이른 저녁이 자전거 타기에는 제격일지도.
불광천은 규모나 시설 측면에서 크진 않지만 ‘동네하천’다운 친근함이 있다.
페달을 밟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광천의 명물 ‘음악분수’를 만날 수 있다.
클래식과 어우러진 레이저쇼를 선보이는 음악분수는 매일 오후 8~9시까지 운영된다.
6시쯤 출발해 망원까지 왕복 십여km를 천천히 다녀오면 분수 가동시간에 얼추 맞게 도착할 수 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불광천 조망명소인 ‘해담는다리’를 뒤로 하고 달리다보면 불광ㆍ홍제천 합류부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한강까지는 코앞이다.
연인, 가족과 함께 나섰다면 망원한강공원 수영장에서 자전거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듯.
● 높은 빌딩 갈대숲 오묘한 조화 '양재천'
양재천 코스는 3호선 학여울역~대치초등학교~강남수도사업소~양재 시민의 숲으로 이어지는 5.5km, 33분 코스로 자전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보자나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타기 좋다.
양재천은 보행로 아래에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어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특히 강남의 고층 빌딩이 우거진 갈대숲 사이로 난 자전거도로를 굽어보고 있는 풍경이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조화를 이뤄 재미있다.
양재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생태복원 사업으로 천변에 자생하는 수생 동식물종이 풍부하다.
특히 올해 10번째 모내기를 한 ‘벼농사학습장’은 올봄 두꺼비올챙이 서식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영동2교~영동1교 사이 자전거도로에서 해바라기 모양의 태양광보안등을 볼 수 있는데 밤이 되면 낮 동안 모아둔 빛에너지를 이용해 자전거도로를 밝힌다.
● 도시를 떠나 온 듯 한적한 '탄천'
회색빛 도시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멀리 떠날 필요 없이 탄천 코스를 추천한다.
잠실한강공원~탄천ㆍ양재천 합류부~광평교~가락시장으로 가는 7km로, 약 40분 정도 걸린다.
잠실한강공원에서 출발해 3km 정도 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 한강 본류로 흘러들어가는 합류부가 나타나는데 왼쪽으로 난 자전거도로가 탄천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탄천은 하천폭이 넓은데다 인적이 닿지 않은 원시림처럼 보존돼 있어 달리다 보면 대자연의 웅장함에 제압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전거도로 주변엔 높은 건물도, 현란한 전광판도 없다.
일상의 상념을 잊고 오르락내리락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금세 ‘수서’.
광평교 아래 돌다리를 건넌 다음 자전거연결로를 따라 올라가면 가락시장으로 갈 수 있다.
가락시장은 1980년대 조성된 국내 최대의 공영도매시장으로, 매 시각마다 다른 농수산물 경매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언제 들러도 생생한 경매현장을 관람할 수 있다.
● 눈과 귀 즐거운 자전거여행 '안양천'
안양천은 1호선 금천구청역~구일역~오목교~한강ㆍ안양천 합류부까지 13km, 약 65분의 중급 코스다.
안양천은 마치 양재천과 성내천을 섞어 놓은 듯, 지천폭이 넓어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도 볼거리가 많다.
먼저 출발해 20분 정도 지나면 왼쪽으로 야구장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고척돔구장을 볼 수 있다.
안양천은 다른 지천보다 교량이 많은데 여름 날 다리 아래 그늘은 시원한 휴식공간이자 노천무대가 된다.
공연은 보통 토ㆍ일요일 오후 7~9시 사이에, 국악ㆍ색소폰ㆍ밴드 등 다양한 무대로 꾸며진다.
안양천의 또 다른 명물은 ‘엑스게임(X-Game)장’.
해질녘부터 엑스게이머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데 아슬아슬 공중에서 휘돌던 자전거가 안정감 있게 착지하면 손에 쥔 땀이 식으며 절로 시원해진다.
안양천 코스의 끝인 한강ㆍ안양천 합류지점에 자전거쉼터가 있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조금 더 달릴 힘이 남아 있다면 성산대교 방향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여의도까지 내달려도 괜찮다.
● 장거리 도전 앞두고 워밍업 하기 좋은 '중랑천'
중랑천은 응봉산과 서울숲 사이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1호선 도봉산역까지 22km(약 104분)에 달하는 중상급 코스로, 장거리 대회 등에 도전하기 전 준비단계로 달리기 좋다.
중랑천은 한강 지천 중 가장 규모가 큰 하천으로 평균 하폭이 200m에 달하는 만큼 자전거도로도 널찍하다.
또한 노원ㆍ중랑구 등 8개 자치구가 유역을 관리하고 있어 각 구간마다 볼거리가 다채롭다.
출발해 2km 정도 달리면 태조 이성계가 쏜 화살이 꽂혔다는 ‘살곶이다리’를 만난다.
살곶이나들목을 통과하면 여느 지천 자전거도로와는 달리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송정 둑방길에 오르게 된다.
송정교를 지나 장안교 아래에 작은 원두막과 아기자기한 해바라기ㆍ코스모스 텃밭이 있다.
아직 20% 정도밖에 오지 못했으니 원두막에 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출발.
장거리를 갈 때에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한데 페달을 밟는 속도를 일정하게 하고, 휴식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5분 정도 취하는 것이 좋다.
눈으로 초안산, 수락산, 도봉산 능선을 이어가며 바퀴를 굴리다 보면 어느새 서울창포원과 도봉산역에 이른다.
임동국 서울시 보행자전거과장은 “여름방학ㆍ휴가철을 맞아 수준에 맞게 골라가며 즐길 수 있는 자전거코스를 소개한다”며 “앞으로 자전거가 우리 생활 속에 정착될 수 있도록 레저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 다양한 테마의 시내 자전거코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사진설명= 클래식 음악과 형형색색 환상의 레이저가 어우러진 불광천 음악분수는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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