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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잠시 쉬어가던 한강변이 불과 600여년 전에는 단종이 지나고 세종이 지났을 수도 있다.
휴식공간으로만 알고 있었던 한강변을 걸으면서 6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서울시는 조선시대 한강에서 펼쳐졌던 600여년 전 여름 생생한 역사 속 현장을 소개하며 한강역사 해설가와 함께 한강 유적지를 탐방해 볼 수 있는 ‘한강의 역사를 찾아서’ 하반기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실시하고 있다.
▲대마도 출정 사열식 현장의 늠름한 기운이 서린 곳, 낙천정
태종은 세종 1년(1419년) 2월 이궁과 낙천정이 완성되자 아예 이곳으로 옮겨 일을 보고 각종 행사를 열었다.
세종 원년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 동안 태종은 20여회나 낙천정에 거동했으며, 그 때마다 주연이 베풀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잠실대교 북쪽 나들목 동쪽의 강 언덕에 지어졌던 옛 낙천정은 없어졌으며, 지금의 낙천정은 1987년 시시한 한강변 문화유적 발굴조사 후 1991년 한국전력공사와 3개 주택조합이 지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낙천정의 옛 풍경 그대로를 찾을 수는 없지만 지금도 낙천정 나들목 인근 강변 나들목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모습은 한강변 최고의 전망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세종은 당시 우리나라에 침입해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의 본거지인 대마도 정벌 계획을 바로 이 곳 낙천정에서 태종과 함께 세우고 군대를 열병했다.
대마도 정벌 후 그 공을 치하하기 위해 연회가 열린 곳 또한 낙천정이었다.
낙천정터는 광진구 자양현대아파트 301동 옆이고 낙천정 복원지는 강변현대아파트 102도 옆에 위치해 있다.
▲단종의 마지막 길 지켰던 한강 그리고 느티나무
700여년 된 느티나무 만이 남아 역사 속 사연들을 들려주고 있는 화양정, 그리고 지금은 광진교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나루, 두 곳의 공통점은 바로 단종이 유배길을 떠나기 전 머물거나 지나갔던 마지막 장소라는 것이다.
단종은 1452년 조선 제6대 왕이 되지만 이듬해 수양대군에게 모든 권력을 뺏기고, 이름 뿐이 왕으로 남아있다가 1455년 왕위마저 물려주게 된다.
사육신 사건 후 1457년 음력 6월 영월로 유배됐지만 결국 사약을 받는다.
단종의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의 마지막 발자취가 한강변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종은 창덕궁을 나와 영도교를 지난 후 배를 타기 위해 광나루를 향해 가던 중 할아버지 세종이 세워놓은 화양정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지금 화양정 터에는 700여년 된 느티나무와 표지석 하나만이 남아있다.
화양저 일대는 태조가 한양으로 도성을 정할 당시 말을 먹이는 목장으로 때로는 군사훈련으로 하던 곳으로써 화양정은 세종 14년(1432년) 낙천정 북쪽 언덕에 세워졌다.
남쪽으로 한강이 보이고 북쪽으로 삼각산, 도봉산, 수락산, 용마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국립목장 살곶이벌 언덕 위 이 정자에서 세종은 방목한 말들의 풍경을 즐겼다고 한다.
4각 정자로 규모가 웅장했으나 1911년 7월21일 큰 벼락을 맞아 무너졌고, 살곶이 목장을 그린 ‘진헌마정색도’ 속에서 팔각지붕으로 그려진 화양정의 모습 만을 찾아볼 수 있다.
화양정은 ‘회행정’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단종이 영월에서 돌아오기를 비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불린 이름이다.
광나루는 예로부터 충주를 거쳐 동래로, 또는 원주를 거쳐 동해한으로 빠지는 요충지로 유명한 나루터다.
단종은 이 곳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여주 이포나루에 내려 유배지였던 청령포까지 길을 떠났다.
영월까지 이어지는 단종의 유배길에는 길목마다 단종의 사연들이 남아 현재까지 전해진다.
1930년 전후 교통량이 급증해 하루에 도강하는 자동차, 우차, 손수레 등이 수백대에 달하게 되자 원활한 수송을 위해 1937년 광진교가 건설돼 광나루의 기능을 이어갔다.
화양정터는 광진구 화양동 주민센터 옆, 광나루터는 광진정보도서관 근처에 위치해 있다.
▲올 가을에는 서울시가 추천하는 한강 역사 여행 10대 코스로
한강 역사 해설가들의 안내로 진행되는 본 탐방 프로그램은 초등학생ㆍ중학생 단체(15명)와 청소년 동반가족(보호자 최소 1인 포함, 청소년 5인 이상)을 대상으로 매주 화ㆍ수요일(오후 2~4시), 토요일(오전 10~12시) 운영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10대 코스 중 어디든 참가자가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코스당 소요시간은 2시간~2시간30분이다.
예약은 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http://yeyak.seoul.go.kr)을 통해 신청을 7일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검색창에서 ‘한강의 역사를 찾아서’로 검색, 해당 코스를 신청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단, 10코스인 ‘한강옛나루터길’은 수상탐방프로그램으로 한강사업본부 수상관리과(02-3780-0825)로 별도 신청해야 한다.
▲한강 관련 사연 있는 ‘시민들의 제보’ 받아
1929년 을축년 대홍수는 한강의 지형도를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홍수 이후 한강철교가 일부 유실됐고, 유적지 풍납토성은 남서쪽 일부가 잘려 나갔으며, 전국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하던 송파장이 서던 송파진이 물에 잠겨 이후 쇠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1900년대 이후 한강과 관련해 잊을 수 없는 사연을 담고 살아가고 있을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한강의 살아있는 역사, 한강을 따라 흘러온 우리의 역사를 들려줄 시민들은 시 한강사업본부 기획예산과(torrent@seoul.go.kr)로 이메일을 통해 연락하면 된다.
시 관계자는 “역사책 속에서 보아왔던 우리 역사의 현장이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흐르고 있는 한강과 함께 흘러왔음을 한 번쯤 되새긴다면 한강에서의 일사적인 경험조차도 보다 뜻깊게 느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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