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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불과 100일 앞둔 시점에서도 여전히 상수가 되느냐, 아니면 변수로 남느냐가 관심거리다.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항상 박빙의 차이로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으나, 여전히 출마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안 원장 측이 새누리당의 대선 불출마 협박을 폭로하면서 대선 구도가 점차 '박근혜 대 안철수' 양자구도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민주통합당 경선 승리 후보와의 야권단일화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민주당은 '안철수 사찰'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등 안 원장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기본적으로는 안 원장이 야권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안 원장이 '독자출마'로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민주당 경선까지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당내에서는 "이러다가 안철수에서 당을 갖다 바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 볼 때, 그동안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안 원장이 최근 출마를 결심했다는 소식이 안 원장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출마 선언은 민주당 후보가 확정된 후인 추석(9월30일) 전후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되고 있는 마당이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안 원장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그는 최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조정래씨 등 원로 인사들과 만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헌재 전 부총리, 최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등과 만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과 만나는 '민생정책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안 원장은 지난 7월19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이후 최근까지 예고 없이 전국 곳곳을 방문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전문가와 취업준비생들을 만났으며, 강원 춘천에서는 방앗간을 찾아 60~70대 노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사회복지사들과, 충남 홍성에서는 농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호프집에서 30~40대 가장들로 구성된 '부천 YMCA 좋은 아빠 모임' 회원 10여명과 만나 교육·보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소득 불균형을 줄이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안 원장은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출마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민주당은 안 원장과의 후보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후보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선 흥행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경선 '컨벤션 효과'를 통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안 원장을 앞설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러나 안 원장이 후보단일화를 수락한다고 해도 단일화 방식을 놓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조직이 없는 안 원장이 경선에 부정적일 경우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데, 이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후보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기 때문이다.
설사 안 원장이 단일후보가 된다고 해도 민주당 입당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단일화 협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 바 있으나, 안 원장 측은 이에 대해 무반응이다.
심지어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이나 제3정당의 후보로 나서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대선 때 제3후보 돌풍을 일으켰던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은 "기존 정당에 국민이 실망해서 안 원장이 1년 전부터 국민들을 대변하게 된 것인데 어느 한 정당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하지만 조직 없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 민주당에 지원되는 선거보조금 152억원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 등이 안 원장의 발목을 잡는다.
따라서 안 원장이 직접 출마하지 않고 야권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안 원장이 정권교체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로,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안 원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그 방식이다.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 원장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안 원장은 현재 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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