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최필립 사실상 사퇴 요구로 '공세차단'

    정치 / 이영란 기자 / 2012-10-22 10:49:00
    • 카카오톡 보내기
    문-안, '朴 정수장학회 회견' 맹비난...새누리 일각도 비판
    [시민일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와 관련, 지난 21일 최필립 이사장에게 "알아서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야당의 공세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은 22일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박 후보가 비공식적으로 최 이사장의 사퇴 의견을 내비친 적은 있으나, 공식 석상에서 이처럼 완곡하게나마 사퇴를 거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전날 오후 3시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래 설립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장학회 스스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사진이 명칭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잘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후보 측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는 동시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정치 쟁점으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제가 공익재단을 어떻게 해라마라 하는 것은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일이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최근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매각 추진'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자 해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의 전날 정수장학회 입장 표명은 지난달 24일 '과거사 문제' 기자회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
    특히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박 후보가 2005년 정수장학회 이사장에서 퇴임한 이후 줄곧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으로서 관여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자신과의 무관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이 스스로 사퇴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최 이사장의 사퇴를 에둘러 촉구하는 발언과는 달리 전향적 입장 발표가 있을 거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최 이사장 거취 문제와 함께 정수장학회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강탈'이 아니었다는 점만 강조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박 후보는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강탈 논란에 대해 "(김지태 씨의) 유족 측에서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법원에서 "김 씨가 정부의 강압에 의해 부산일보와 문화방송(MBC), 부산문화방송 주식을 (정수장학회에) 증여하게 된 것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반대로 해석해 논란을 키운 것이다.

    결국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연단에서서 발언을 정정했다. 박 후보는 "제가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했나요. (그거는) 제가 잘못 말한 것 같다"며 "법원에서 '강압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고 패소판결된 걸로 알고 있다"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가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 후보의 발언을 맹비난 했다.

    전순옥 위원장은 "어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면서 "박 후보는 사실을 왜곡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박 후보는 국민 대통합을 '불통 스타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위원장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한 것은 박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은 내 아버지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만큼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면서 "박 후보가 코너에 몰릴 때마다 반복해온 유체이탈 화법의 반복이며 전형적인 책임전가식 올드패션 정치"고 비난했다.

    이낙연 위원장도 "박 후보의 심리적 문제는 사고가 박정희 시대에 멎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법적 판단마저 그 시점에 멈췄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인혁당 판결도 두 개라고 하고, 정수장학회 판결도 강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안 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공평동 공평빌딩 캠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와 같은 인식으로는 새로운 미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열 수가 없다"며 "2012년 대통령 후보인데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도 한 사람의 국민"이라며 "상식과 법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기대와는 달리 조금 어긋났다"고 부정 평가했다.

    이 위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저도 의외였다. 털고 간다는 뜻은 본인에게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이런 문제는 훌훌 털어야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과거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박 후보에게 불리한 프레임"이라며 "이것을 좀 벗어나야 한다. 그런 것이 털어낸다는 것인데 기대와는 조금 어긋났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수장학회 자체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불분명한 면도 있다"며 "상당히 여러 면에서 상황이 충돌되는 언급이 조금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특히 "자칫 대선 정국이 사실상 야당에게 유리한 프레임 속에서 계속 되지 않겠는가라는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며 "전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몇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도대체 선거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아주 걱정된다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층 유권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말을 해야한다는 말을 한 사람도 있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돌파구라기보다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한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