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南山 한양도성 100년 만에 발굴

    기획/시리즈 / 전용혁 기자 / 2013-08-16 15: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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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가 훼손한 옛도성 모습 드러내
    ▲ 1918년 일본이 조선신궁을 짓기위해 남산 회현자락 훼손후 건립하기 시작해, 1925년 완공된 조선신궁의 모습.

    777m 구간 연내 발굴...3년내 복원


    [시민일보]일제강점기 조선신궁 건립으로 일부는 철거되고 땅속에 묻혀 훼손됐던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이 10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지난 6월, 남산 회현자락 3단계 정비사업 구간인 중앙광장 일대에 대한 발굴에 들어간 지 한 달여 만에 한양도성 유구를 확인, 그 현장을 지난 14일 전면 공개했다.
    시는 2009년부터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3단계에 걸쳐 추진, 1단계로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 성곽 84m(2009년), 2단계로 백범광장 일대 성곽 245m(2012년)에 대한 복원 사업을 각각 완료했다.
    3단계 구간인 중앙광장 일대(교육연구정보원~분수대~구 식물원터) 약 448m는 지난 6월 발굴에 착수했다.
    이번에 발굴된 한양도성 유구는 성곽 추정선에 대한 12개의 시굴조사 지역 중 먼저 시굴에 들어간 분수대 근처 3곳에서 모두 확인됐다.
    시굴조사로 확인된 기저부와 성채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지표면으로부터 3m 깊이에서 4~5단인 곳도 있고, 6~7단인 곳도 있다. 유구의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으로 축성시기나 학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향후 전면 발굴과 전문가의 연구 검토를 통해 밝혀낼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발굴은 경성ㆍ용산시가도(1912) 등 기록으로만 있고, 잊혀졌던 회현자락의 한양도성이 1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 한양도성의 정비방향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굴조사에선 한양도성 옆으로 조선신궁 잔재로 보이는 특이한 콘크리트가 확인돼, 남산 회현자락 구간이 침략으로 인한 인류문화훼손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로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완전성(Integrity) 입증'에 유리한 근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말 3단계 구간 발굴 완료, 전문가 검토 후 오는 2015년까지 유구 보존ㆍ정비 예정
    서울시는 3곳 모두에서 한양도성의 유구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발굴하는 구간에도 성곽이 땅속에 보존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3단계 구간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한양도성 추정선에 위치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청사를 철거했으며, 발굴구간에 위치한 남산분수대와 수목들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철거 및 이식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1, 2단계 구간은 발굴결과를 기초로 성체의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3단계 구간은 발굴된 유구의 보존과 정비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다.
    출토된 한양도성 유구의 보존ㆍ정비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내년 2월까지 설계를 완료해 사업에 착수, 오는 2015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발굴조사에 들어간 중앙광장 일대는 일제가 한양공원조성(1910)과 조선신궁 건립(1925)을 위해 지형을 절·성토해 크게 변형시키고, 한양도성 777m를 훼철한 지역으로 단일규모로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신사는 일종의 종교시설로 전국적으로 1062곳에 달했다.
    그 가운데 지위가 가장 높은 것은 조선신궁으로 남산 회현자락에 1918년 건립하기 시작해 1925년 완공됐다.
    조선신궁에는 일본 건국 신화의 주역인 아마테라스 오미가미(天照大神)와 1912년에 죽은 메이지 천황을 안치해 한국인에게 참배를 강요했고, 식민 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1925년 신궁을 완공해 진좌제(鎭座祭ㆍ신을 안치시키는 것) 행사에 앞서 경성역(현 서울역)을 개통했는데, 개통식에서는 안치할 일본신들의 신표를 부산역에서 경성역으로 이송해 일본의 신들이 조선에 문명을 가져온다는 대대적인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또 이후 이승만 대통령 동상(1959) 건립과 동ㆍ식물원, 분수대(1970)가 설치돼 지난 100년 동안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지내왔다.
    서울시는 사업이 완료되는 2015년까지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일대의 이용에 다소 불편이 따르는 만큼 시민들의 양해를 부탁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발굴조사는 일제가 신궁건립으로 한양도성을 대규모로 훼철한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발굴의 의의 또한 매우 크다”며 “아픈 역사지만 확인된 유구를 고스란히 보존·정비해 국민들이 바른 역사관과 애국심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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