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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장 |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북한이 하루속히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하여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핵문제도 해결의 가닥이 잡힐 수 있을 것이다.
경제회생을 위한 북한의 절박함마저 외면할 경우 우리의 전략적 구상의 바탕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나쁜 행동을 그만두어야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 북한이 변하는 것을 기다리는 전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진 강력한 무기가 경제력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작은 것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큰 신뢰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핵개방 3000’과 분명한 접근의 차이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되기를 크게 기대해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북한에 경제.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포기하라고 주장만 하고 있을 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주도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다시 기다리는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북한노동신문이 10월 24일 논평원 글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인 것으로 해석 된다.
북한은 지금 경제회생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이 내민 손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경제회생의 절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핵문제 해결의 동력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빠져 있는 이 순간에도 동북아 질서의 새판을 짜려는 관련 당사국들의 움직임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견제와 협력이 교차하는 가운데 동북아 질서 새판 짜기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서 보여주듯이 남북한 분단과 북한 핵문제, 미국의 대중 견제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미국의 지지 속에 재무장과 안보역량을 강화하는 우경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장기화되면 앞으로 미ㆍ일과 중국 간에 한랭전선이 확대되고 알력과 견제의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며, 우리는 동북아 질서 새판 짜기에서 줄서기를 강요당한 채 한반도 관리의 주도적 역할을 상실할 우려마저 있다.
19세기 유럽중심의 국제질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조선은 적절한 생존전략을 모색하지 못해 망국의 길로 전락하였다. 텅 빈 곳간과 보잘 것 없는 군대로 소용돌이치는 질서 짜기의 희생양이 되었던 조선과 달리 지금 우리는 상황의 전개를 리드하는 주요 인자로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동북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길은 바로 남북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한반도문제의 자주적 해결에 있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북한이 내민 손을 잡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핵문제 해결 여건을 조성하면서 지속적인 국가발전과 민족번영을 위해 나갈 수 있도록 전략적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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