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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주민으로 구성된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을활동가들이 지역 노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단주모임을 이끌고 학습공동체를 만드는 등 지역일꾼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단주 자조모임' 결성 알콜중독자 구제나서
기존 진행방식 전환해 주민 참여 기회 확대
[시민일보] 서울시립대종합사회복지관(서울 중랑구 신내로)은 지난해 7월부터 복지관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노인 190여명을 대상으로 ‘빈그릇 운동’(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노인 일부를 주민급식운영위원으로 위촉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주민 참여로 식당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잔반이 70% 넘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 400만원 상당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네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방송을 매주 한 차례 송출하는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늘려나가고 있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임대아파트 단지에 자리잡은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서울 강서구 동의길)은 동네에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단주 자조모임’을 만들었다.
복지관 관계자는 “지역 주민이 동반자가 돼서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기 위해 '단주 자조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알코올 중독자뿐 아니라 회복자들까지 함께 모임에 참여하면서 주민 스스로 음주문제에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이같이 서울시내 복지관들이 변하고 있다.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기획했을 법한 사업들이 복지관 공식사업으로 채택되고, 기존에 해왔던 복지관 사업들은 주민 참여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에서 동네 주민과 떨어져 저소득층ㆍ장애인ㆍ노인 등 복지 대상자들만 상대하던 종합사회복지관들이 지역사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마을방송 만들고, 주민 스스로 활동가로 나서
복지관들의 이런 변화는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내 22개 종합사회복지관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중심 복지관 변화지원 사업’을 진행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마을공동체 중심 복지관 변화지원 사업’은 2012년 상반기 마포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서 주민 6명이 잇달아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그해 8월 지역사회복지관이 지역공동체의 복지와 주민참여의 핵심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복지관의 역할과 기능을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획됐으며, 현재 서울시내 종합사회복지관 96곳 중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위치한 22개 종합사회복지관이 1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 대상이 특정돼 있는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과 달리 종합사회복지관은 취약계층 시민을 보호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과 함께 주민들을 조직화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시내 종합사회복지관 96곳 중에서 32%가 넘는 31곳이 영구임대아파트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별 세부사업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등촌1 종합사회복지관은 ‘강서구 등촌3동 마을지향 공동체를 통한 주민주도형 희망의 무지개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마을지향으로 일하기(내부직원교육, 직원회의, 주민만남 등)', 주민네트워크 형성(주민공간구성회의 및 공간구성, 주민워크숍, 주민교육 등), 네트워크 기관 연계(우수사례기관방문, 타 지역 주민연계망 형성 등)를 실시하고 있다.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은 ‘사각사각 마을공동체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마을지향 인트라넷(전문가교육, 워크숍, 마을지향복지관 직원 실천강령 제정 등)’ ‘가양4단지 치매어르신을 품는 마을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내 복지센터로서의 제 몫 다할 수 있도록 복지관 역할 확장
서울시복지재단은 지난달 중 ‘마을공동체 중심 복지관 변화지원 사업’을 중간 평가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가한 22개 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들의 주민대상 활동이 예전보다 늘었고 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내부 논쟁이 활발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복지관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복지서비스들이 주민들의 의견과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로 변화했으며, 복지관내 주민소통공간이 확대되고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지관에 대한 주민들의 심리적 거리감이 완화됐으며, 특히 주민 참여로 복지관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예산절감 효과가 가시화되는 등 곳곳에서 다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직원이 주민을 ‘수혜자’가 아닌 ‘참여주체자’로 인식하게 됐으며, 불가능과 어려움에서 가능성 또는 새로운 변화와 인식의 변화가 이뤄졌다고 시는 설명했다.
또한 복지관의 프로그램실에서 마을주민의 프로그램실로 변화했고, 주민소통 공간과 청소년 전용 공간이 복지관내 마련됐다.
주민들은 복지관을 문제해결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못한다’라는 인식에서 ‘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변화했다.
이와함께 주민이 이웃과 주위에 관심을 갖게됨과 동시에 지역사회내 주민일꾼을 소개하고 연계하며, 지역활동에 주도성을 갖고 활동을 진행하게 됐다.
임성규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사회복지관들의 고유 업무였지만, 보편적 복지도입에 따른 복지 수요의 확대와 다양한 새로운 과제들을 개별 복지관 차원에서 모두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지역 문제 해결사로 나서는 것을 비롯해 복지관이 지역내 복지센터로서의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복지관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은 2014년에는 ‘마을공동체 중심 복지관 변화지원 사업’의 사업기관수를 22곳에서 30곳으로 확대 추진해 더 많은 복지관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전용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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