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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윤 한양대 교수 |
우선 행정규제기본법의 환상적인 내용이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도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도가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선진국들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와 수단들이 있지만 곳곳에 재량과 예외도 존재한다. 비용총량제와 같이 정부의 역량상 매우 힘겨운 과제도 있다. 한편 관료사회와 국민들의 관점도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반 규제개혁적 주장을 헤아려보면 이 우려가 더욱 절실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네 가지로 나누어 제안해 보겠다.
첫째, 국민에게 용기를 주고 국민을 끌어안는 규제개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을 규제개혁의 편으로 만들어서 국민이 진정으로 규제개혁을 요구하게 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의 접면에 수많은 피드백용 인터페이싱을 장착해야 한다. 즉 정부의 서비스와 결정에 대하여 국민들이 불평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국민의 생활은 지금 너무나 어렵다. 돌파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지금 정부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질 것이다.
둘째, 규제개혁 당국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든 규제개혁위원회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인 규제를 개혁한 결과, 즉 개혁방안과 로드맵을 국민 눈에 보여주어야 한다. 국가경쟁력의 코어인 수도권의 무기력함, 재앙적인 청년고용난, 산업활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소기업보호 등의 부문에서 문제를 돌파하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부처에게 떠넘기는 식의 접근으로는 관료사회와 정치권의 태업을 막을 수 없다.
셋째, 국민을 두려워하고 긍휼히 여기는 차원에서라도 국민의 크고 작은 불편과 부담, 희생, 손실, 어려움, 눈물을 해소해 주기 위하여 부처의 관료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부작용이 두려운가? 부작용이 적은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면 최선의 방안이 나올 것이다. 부처의 관료들이 지금 단계에서 솔선수범 하지 않으면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호소하지 않을 것이다. 명령할 것이다.
넷째, 사실과 증거에 입각한 규제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해야 한다. 규제개혁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품질이 높은 규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지적 토대 없이 스마트한 성과물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 규제의 현황과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많은 대안 중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교과서적인 접근을 위해서도 상당한 지성적 토대가 시급히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배 더 많은 예산 투입이 필요할지 모른다. 100배라고 해도 현재 규제개혁 소요예산이 미미하기 때문에, 그 과실에 비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다시 돌아가서 질문해본다. 지금 왜 규제개혁을 또 이야기하는가? 우리 국가경제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이 관 주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율성과 창의력, 활력, 의욕, 동기, 자조의욕 등이 땅에 떨어져 있다.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국민 개개인의 어려운 살림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모든 정책적 대안이 고갈된 상태다. 막히고 뒤틀리고 어두워져있고 축축한 관 부문의 왜곡된 풍토를 대대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모두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월호 참사가 규제완화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고 오히려 단속하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할 규제들을 부정과 비리의 굴곡 속에서 선택적으로 집행한 것이 더 큰 문제이었음을 우리 모두 이제 깨닫게 되었다. 잘못된 규제는 참사도 빚고 사고도 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결과 더욱 잘못된 규제를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여유도 없고 더 이상 참아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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