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아름다운 도전’ 성공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7-22 15: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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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고질적 병폐인 지역구도의 견고한 틀을 깨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정치인들이 있다.

    바로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아성인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시장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과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김부겸 돌풍’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유례없이 야당 후보로서 40% 가까운 득표를 했다는 것은 대단한 선전이었다.

    그로 인해 김 후보의 석패는 ‘정치적 승리’로 평가됐고, 심지어 각 언론은 그의 패배를 ‘아름다운 패배’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의 도전은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막을 내렸지만,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전남 순천-곡성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이정현 후보는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먼저 어느 술자리에서 필자의 지인들이 나눈 이야기부터 전해야겠다.

    고향이 전남 여수인 황 모 이사와 고향이 순천인 최 모 사장이 나눈 이야기다.

    황 이사는 현재 인천 소재 모 중견 회사의 상무이사로 거주지는 경기도 김포시다. 최 사장은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건실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둘은 30년 지기로 막역한 사이다.

    먼저 황 이사의 이야기다.

    “이제 호남은 DJ 이후 대통령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새정치연합에서 호남 출신을 키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호남정당에서 호남출신이 출마하면,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정현을 보고 좋은 생각이 났다. 그러면 새누리당에서 호남출신을 대통령 후보로 내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지금 새누리당에선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 따라서 이정현이 승리하면 그가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가 될 수도 있다. 호남에서 대통령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과연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그를 찍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야당 텃밭이다 보니 무조건 ‘2번’을 찍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정현의 도전은 실패할 것 같다.”

    그러자 최 사장이 반박했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선거 때마다 야당에 ‘묻지 마 투표’로 표를 몰아주었지만, 야당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과 40대들은 이번에 한번 ‘선거 혁명’을 일으켜보자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이정현이 순천대에 의대를 유치하고, 대기업에 청년들을 취업시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젊은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 이번만큼은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이다. 이정현이는 무조건 당선된다. 나는 ‘당선’에 걸겠다. 당선되면 황이사가 술을 사라. 떨어지면 내가 사겠다. 고국장이 증인이 돼 달라.”

    결국 두 지인의 논쟁이 ‘술내기’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오는 30일 결정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이정현 후보가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내던진 일성(一聲)이 바로 "호남 최초로 지역 구도를 타파한 곳은 순천·곡성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김부겸 전 의원이 ‘아름다운 패배’로 막을 내린 것처럼, 이정현 전 수석 역시 ‘미완의 혁명’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가 바로 지역주의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어느 곳에선가 패권적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일단 대구에서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이정현 전 수석이 여당 후보로 나선 순천-곡성뿐이다.

    만일 지역구도를 타파하려는 그의 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 영향은 빠른 속도로 상대방 지역으로도 퍼져나가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지역패권주의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민들이 김부겸 전 의원의 낙마이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안타까워했던 일이 순천-곡성에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이 전 수석의 '아름다운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절반은 이미 성공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 평가는 김부겸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 전 수석의 출마가 지역구토 타파를 위한 ‘미완의 혁명’이 아니라, 그 혁명을 완수했다는 평가로 나타나기를 다시 한 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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