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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수 |
얼마전 우리 소방서에서 청렴현장 체험을 다녀왔다, 그래서 청렴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청렴(淸廉)이란 전통적의미로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여 불법적, 비윤리적 방법으로 특정인이 공익에 반해 사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일탈행위 등을 방지 또는 처벌하는 것, 즉 뇌물수수, 배임횡령, 예산낭비 등 주로 금전적 요인을 받지 않으면 청렴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대적의미의 청렴은 전통적의미의 청렴은 물론 자신의 지위나 역할에 부여된 도덕적책임, 법적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여 공익을 실현하는 사항까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은 수많은 직업들 중에 하나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선택받은 직업임을 생각한다면, 공무원에게 주어진 역할은 단순히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을 섬기는 고귀한 의무를 수행하면서, 그 직업 자체에 내재한 필수불가결한 가치라고 생각되는 청렴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의무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재물에 욕심이 없고 깨끗한 관리를 청백리라 일컫었는데, 이품 이상의 당상관(삼품이상의 문무관리)과 사헌부, 사간원의 수직들이 추천하여 뽑던 벼슬아치로 조선시대에도 청렴은 공직자의 필수적인 덕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1981년 이래로 충성 ·청렴 ·정직 ·봉사의 자세로 전체 공무원의 귀감이 되는 공무원에 대해 매년 청백리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조선시대의 청백리 정신을 후세에도 이어가고, 이러한 상을 통해 공직내부에 청렴마인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조선시대의 청백리 재상을 언급할 때 황희정승을 첫째로 꼽는다. 고려말에 태어나 역성혁명으로 개국된 나라에서 관리를 지낼 수 없다 하여 70여명의 고려조 신하들과 두문동에 은둔하여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말을 탄생케 했던 황희는 태조, 정종, 태종, 세종 4대 임금에 걸쳐 무려 74년간을 관직 생활을 했으며 90세에 타계하였다. 황희는 조선조 제일의 명상(名相)으로서 평생을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살신성인의 자세로 초지일관하였다.
황희의 일화 중 아들의 집들이 잔치가 시작되려 할 때, 황희가 돌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선비가 청렴하여 비 새는 집안에서 정사를 살펴도 나라 일이 잘 될는지 의문인데, 거처를 이다지 호화롭게 하고는 뇌물을 주고받음이 성행치 않았다 할 수 있느냐. 나는 이런 궁궐 같은 집에는 조금도 앉아 있기가 송구스럽구나.” 그리고는 음식도 들지 않고 즉시 물러가니, 아들은 낯빛이 변하였고 자리에 참석하였던 손님들 역시 무안해졌다고 한다. 황희는 영의정을 18년 동안 지내면서 74년간 관직생활을 함으로서 결코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청빈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또한 자신의 청렴한 생활과 더불어 자식들의 청빈한 삶까지도 살피는 공직자였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그 사람의 공직자로서의 기본소양과 청렴정신에 대해 국민의 간접적인 동의를 구하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고위공직 예정자들이 병역의혹과 재산증식에 있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한 채 물러나는 장면을 보아왔다. 또한 자신의 문제가 아닌 배우자나 자식들의 의혹으로 인해 고위공직자에서 낙마하는 사례도 보아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은 가히 청렴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공직자의 청렴은 우리 사회에서 최고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공직자가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청렴하지 않은 공직자의 언동을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
황희는 종자의 개량, 천첩 소생의 천역 면제, 국방강화(야인과 왜구 방어), 4군 6진 개척, 문물제도의 정비·진흥 등의 업적을 남겼으며, 국가의 법이 혼란스러운 것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경제육전(經濟六典)을 간행하였다. 공무처리나 나라의 재물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엄격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귀천이나 빈부의 차이 없이 사람들을 너그러이 대하는 등 청렴하고 소탈한 생활을 영위하여 백성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오늘날의 많은 공직자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일부 소수의 공직자들의 부패행위로 인해 모든 공직자들이 부패오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직사회 전체가 한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부패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통해 작은 부패행위도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한다.
부를 탐하는 공직자 밑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는 그러한 부패정신을 대물림 받는 것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그러한 문화가 만연하게 되어 당연시 되어버리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애초에 그러한 부패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청렴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일산소방서에서도 이러한 지속적인 청렴시책 추진을 위해 교육과 강의와 더불어 청렴유적지 현장체험, 휴대폰용 청렴스티커 부착, 청렴나무 설치 등을 통해 청렴시책을 지속적으로 실천 중에 있다.
결국 공직자가 청렴을 먼저 실천함으로써 공직사회를 건강하게 할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을 수 있으며 국민들에게 청렴정신을 확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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