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 돌풍? 미풍?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15-12-14 15:58:35
    • 카카오톡 보내기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탈당”뜻 밝혀....원내교섭단체 전망
    홍일표, “손학규와 손잡으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타격 예상”
    진성준, “대규모 탈당, 섣부른 얘기...유불리 때문에 쉽지 않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안철수 의원이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여야 각 정당은 14일 안 의원의 탈당이 향후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안 의원의 탈당이 돌풍을 일으켜 야권재편에 상당할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과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미풍에 그칠 것이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일 일단 저를 포함해 3명의 의원이 탈당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주말에 한 두 분 더 탈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말까지는 20명 정도는 탈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언급한 3명에는 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안철수 의원의 신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 20명을 갖추면서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문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과 같이 분열되고 지리멸렬한 야당을 가지고는 총선 승리가 불가능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서 다시 총선 승리를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며 "지금 밥상에는 썩은 반찬과 쉰 반찬 밖에 없으니 국민들께 맛있는 반찬을 드려 국민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성엽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위원장도 같은 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탈당이 불가피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표가 어떤 형태를 취하더라도 수습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방관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야권이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통해 더 크게 변화하고 하나가 되는 통합의 길을 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는 야권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변화를 만들어내고 돌파구를 마련해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야권의 장래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도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문병호 의원, 유성엽 의원과 상당한 교감을 하고 있다. 아마 이번주 중에 1차로 몇 분이서 함께 추가가 될 지 모르겠는데 일단 떠나게 될 것 같다"며 금주내 탈당 방침을 밝혔다.

    특히 황 위원장은 탈당을 머뭇거리고 있는 김한길-박지원 의원에게 "아마 여러가지로 진지한 고심을 하고 있으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함께 해서 지금의 지리멸렬한 새정치연합에 거대한 충격을 가해서 기득권에 안주해있는 그 꿈에서 깨어 나오게 해야 한다"고 동반탈당을 호소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야권 전체가 분발하는 내년에 총선 지형을 야권에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길계와 박지원계가 합류할 경우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설훈 의원도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우리 당에 충격이 가해졌고, 거기에 덩달아 탈당하는 사람이 생길 것인데 그렇게 되면 적어도 2~30석은 떨어져 나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각개약진하고 있는 신당파, 즉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을 비롯해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추진위원회,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등이 안철 신당과 하나로 통합될 경우 그 파급력은 내년 4.13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제 1야당’자리를 놓고 다툴 만큼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의원도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대체로 뜻이 비슷하기 때문에 같이 가야 한다"면서 "시기상으로만 문제지 결국 같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 역시 “이미 당을 나가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여럿 있기에, 야권 전체가 생각을 공유하며 묶여질 필요성이 있다”며 “(안 의원이)이미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2~3개 그룹과 묶어내는 등 여러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20대 총선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의원이 손을 잡을 경우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에서 중도적 색채가 강화된 후보가 나선다면 수도권은 중도층을 누가 많이 흡수할 수 있느냐로 경쟁하는 구도가 되기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히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안철수의)탈당이 기존 야당이 안고 있던 문제점, 예를 들면 재야나 시민단체의 눈치만 본다거나 낡은 진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이념적 편향성을 탈피하고 중도적 입장을 강화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홍 의원은 "야당이 과거 선거에 임박해 다른 야당과 선거 연대를 여러번 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안철수 신당'이 나와도 결국 지역구에 따라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겠느냐"면서 "당장은 야당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점에서 크게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당장 제1야당의 간판을 버리고 탈당을 결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안 의원의 탈당이 미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내 주류 측인 진성준 전략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당 지도부 흔들기가 있었지만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제 1야당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면서도 “이런 우려가 역으로 당의 구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병호 의원 등이 제기한 대규모 탈당설에 대해서는 “섣부른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의원 개개인의 정치 생명이 걸려있고 총선에서의 유불리와도 직결된 만큼 쉽게 결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