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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에 카리스마를 갖춘 조선시대 최고의 마술사 환희 역의 유승호와 환희와의 마술 같은 만남으로 운명을 거스르려는 공주 청명 역의 고아라가 환상적인 비주얼로 완벽한 '케미'를 선보여 이 둘을 보니 올 겨울 저절로 사랑에 빠져들고 싶게 한다.
영화의 주요 무대인 조선시대 평안도 최대 유곽인 물랑루 또한 영화 속에서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며 영상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물랑루'는 '없을 물(勿)' '밝을 랑(朗)' '정자 루(樓)'의 밝음이 없는 곳, 즉 질서와 계급 없이 모두가 즐기는 곳이라는 뜻. 이름이 '물랑루'라는 점에서 영화 '물랑루즈'(감독 바즈 루어만)가 연상되기도 한다.
'물랑루'에서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유승호)가 화려한 기술을 펼쳐 보이는 부분에서는 '물랑루즈'의 샤틴(니콜 키드먼)이 매혹적인 퍼포먼스로 뮤지컬을 연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의 유토피아적 배경과 더불어 환희의 푸른 빛, 청명 공주(고아라)의 갈색 빛 눈동자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전한 김대승 감독의 연출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명이 원치 않는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우연히 의주에서 마주친 환희에게 운명처럼 끌리게 되는 이야기는 하이틴 로맨스 외화를 접하는 듯해 흥미롭다.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메이즈 러너'처럼 곤경에 처한 여자와 남자가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간다는 설정은 얼핏 전형적일 수도 있지만 판타지 무대가 신선함을 충족시켜 준다. '조선마술사'는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 코드를 가장 한국식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영화의 주요 소비층은 20대부터 40대까지였고,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온 한국영화는 최근에는 애니메이션과 시대극도 앞다투어 개봉하며 주요 소비층을 유아와 중장년층까지 확장시켜왔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영화는 사실상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청소년을 타겟으로 만드는 영화는 제작과 연출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나마 할리우드에서 개척한 판타지 로맨스가 해외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국내 청소년들에게까지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조선마술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 앞선 할리우드 판타지 로맨스에서의 허황된 느낌을 상당부분 감쇄시켰다. '조선마술사'라는 인물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한 남사당패의 '얼른쇠'를 모델로 했다. 또한 영화는 1636년 병자호란 이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전란에서 승리한 청나라가 정치적 볼모로 '의순공주'를 데려가는 이야기를 모티브 삼았다. 여기에 '마술사'라는 요소를 추가해 한국적이고 사실적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환상적인 판타지 로맨스가 됐다.
김대승 감독이 "보는 이들에게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있게 상상해내고 싶었다"라고 밝힌 것처럼, '조선마술사'는 사실과 허구가 섞인 로맨스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볼거리와 이야기로 팩션 판타지 로맨스를 구축해 연말 극장가를 어떻게 매료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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