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당권은 누가 쥐나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17-06-06 12:27:48
    • 카카오톡 보내기
    한국당, 홍준표 대세 속 퍼지는 ‘홍준표 불가론’ 변수
    국민의당, 손학규-정동영 ‘양강구도’...천정배-김한길도 거론
    바른정당, 유승민-김무성 불출마...‘劉-金 대리전’ 가능성도 낮아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면 전열을 재정비해 ‘강한 야당’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단 바른정당은 오는 6월 26일, 자유한국당은 7월 3일 전당대회를 실시하기로 했고, 국민의당은 8월 전대가 유력한 상황이다.

    ◇한국당= 원내 의석 107석 규모인 제1야당 한국당은 친홍(홍준표 전 경남지사) 대 반홍 대결 구도가 예고된 가운데 내홍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5일 “대선 패배에 대해 사죄드리고 앞으로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매진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피력했지만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선패배 이후 크고 작은 '설화'로 당내 갈등을 양산하던 홍 전 지사의 좌충우돌 캐릭터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탓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홍 전 지사가 어려워질대로 어려워진 '당 재건'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얻는 분위기다.

    앞서 초선의 임이자 의원은 지난 2일 충북 단양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홍 전 지사를 겨냥해 “지난 대선에서 홍 후보의 막말과 여성을 외면한 발언, 강성 노조, 귀족 노조와의 전쟁 등으로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며 “우린 그걸 우산으로 막으려다 우산마저 뒤집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시대정신과 맞지 않은 약점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홍 전 지사가 다시 당 간판으로 나선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홍 전 지사는 대선 전에 친박 청산을 외쳤다가 판세가 불리자하자 친박과의 화합으로 말을 바꾸고 대선이 끝나자 당권을 위해 다시 친박 청산을 주창하고 있다”면서 “당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권력 중독자’”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당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마당에 정말 뭘 생각하고 계시는지 걱정이 많이 된다"며 "한국당이 왕따 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홍 전 지사의 행보를 우려했다.

    홍의원은 "우리가,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바른정당까지 다 포함해야 되는 판에 (홍 전 지사 말대로) 너 자르고, 너 안 되고 이렇게 하면 우리 당이 어떻게 미래를 향해서 나갈 수 있느냐"며 "생각하면 정말 잠이 안 온다"고 깊은 고뇌를 드러냈다.

    특히 '한 자릿수로 떨어진 한국당 지지율을 대선 득표율(24%)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 홍 전 지사 발언에 대해 “(대선에서 유권자가) 홍준표를 보고 찍은 게 아니었다”면서 "그게 바로 친박이고 바른정당에서 온 분들이고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한국당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찍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홍의원은 "이 분의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홍 전 지사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 분이 자기 역할을 하려면 이제 뭐가 있느냐"며 "분파를 일으켜서 자기가 당 대표되겠다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한국당 재건을 위해 이른바 우리가 말하는 극좌 좌익, 사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아울러야 제대로 된 당 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한국당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인물로 원내에서는 원유철, 나경원 의원 원외에서는 김태호, 김문수 전 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김황식 전총리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이 영입 대상으로 이름이 올라있는 상태다.

    ◇국민의당=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예정된 국민의당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내 일각에선 천정배 의원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전대는 ‘손학규-정동영 양강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안 전 대표에게 크게 패했지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에 힘을 보탰으며, 정치적 경륜이나 무게감에 비춰 봐도 박지원 전 대표 이후 당을 추스를 적임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경선 패배 직후 축하연설에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양대 패권 정치세력이 집권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정치적 신념을 드러낸 바 있다.

    한 때 당 대선 후보를 지낸 바 있는 정동영 의원은 텃밭인 호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현역 프리미엄이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철수 전 대표가 호남지역에서 크게 패한 결과에 위기의식이 상당하고, 호남 민심을 되찾아오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인 까닭에 호남 출신 인사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북에선 이전에 전남 출신의 박지원 의원이 대표를 한번 지냈기 때문에 이번엔 전북출신 인사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는 양상이다.

    다만 원대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모두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당 대표는 비호남에서 나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조성될 수도 있다.

    ◇바른정당= 바른정당은 12일부터 당 대표 후보자 등록을 받는 등 빠르게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한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전체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오는 12~13일 당대표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후보자가 8인 이상 등록을 하면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본경선에 나설 후보를 추리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당내 최대주주인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불출마로 맥 빠진 전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가 유 의원과 김 의원의 대리전(戰)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낮다.

    현재 바른정당 20명의 의원 중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10명 내외로 수적으로만 보면 유승민계 의원들이 월등히 많은 반면, 김무성계 의원들은 대부분 대거 탈당, 자유한국당으로 재입당하면서 세력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유승민계 독주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의원 중 김영우, 이혜훈, 김세연 의원 등은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반면 김 의원과 가까운 의원은 황영철 의원 뿐이다.

    이밖에 하태경, 정운천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 등도 전대 출마자로 거론되지만 이들은 당내에서 중립성향으로 분류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