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당원 주권 주의’ 위험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7-19 11:32:34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의 공통점은 ‘당원 주권 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게 그들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장 대표와 정 전 대표 모두 당내 강성 당원들에 의지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완전폐지를 앞세워 대표 연임을 노리고 있다. 그는 “검찰개혁에 실패하면 총선도 상당히 어려워진다”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해야 한다. 그걸 제가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민석 의원과 송영길 의원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힘을 싣고 나섰다. 강성 당원들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보완수사권을 전면폐지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이 어려워지는 것일까?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면 폐지하면 총선에서 중도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민주당은 총선에서 참패할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1%가 ‘경찰 견제·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기소·수사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에 그쳤다. 유지 의견이 압도적이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46%·폐지 39%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 우세했다.
특히 중도층에선 유지론 64%, 폐지론이 23%로 유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게 민심이다.
이런 민심을 등지고 강성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이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이 불송치 사건에 대해 재수사 요청을 해서 결정을 뒤집는 게 수십만 건 중 몇천 건이 넘는다. 그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수사 현실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거듭 호소한 것은 그런 연유다.
그런데도 왜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일까?
한 달에 고작 1000원의 당비를 6개월 이상 낸 권리당원들이 그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권한은 ‘당원 주권 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침묵하는 절대다수의 당원들을 권리를 짓밟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8·17 전국당원대회를 앞둔 민주당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강성 당원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는 자들에게 공세를 퍼붓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법안을 발의한 홍기원 의원 등 11명에게 강성 당원들의 욕설 문자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원 100만 명가량 가운데 강성 당원 수는 20만 명에서 3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당원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들이 다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강성 당원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게 과연 공당으로서 옳은 모습인가.
아니다.
강성 당원들이 그들에게 당권을 안겨줄지는 몰라도 민심을 저버리는 그런 당권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다.
경고하거니와 보완수사권 폐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총선에서 중도층이 대거 떨어져 나갈 것이고, 결국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당원들이 선출했으니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티면 대표직 수명은 조금 연장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정치권에서 영원히 추방당하고 말 것이다.(본문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1.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