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회가 아직 대통령 후보 등록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정책토론회'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12일 “그러면 나도 출마한다고 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라는 취지의 비아냥거림이 잇따르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지난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당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준석 대표의 '의욕 과다'가 결국 대선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윤 전 총장 측은 아직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진 것도 아니고, 예비경선 후보 등록이 이뤄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선준비위원회가 권한을 넘어서서 대권 주자들을 불러모아 행사를 벌이는 데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일단 윤 전 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오는 18일 당 예비후보 정책토론회 참석 여부에 대해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고 캠프 측에서 얘기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 역시 "당에서 정식 공문을 받지 못하고 어젯밤 기조국으로부터 전화만 한 통 받았다"며 "어떤 기준에서 참석 인원을 정하는지 등 원칙과 명분이 분명하다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준위는 예비경선 후보 등록은 물론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도 하지 않은 대권 주자들을 대상으로 당 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 예비후보자'와 '예비 경선 후보자'는 구분되는 데, 대선 예비후보자는 중앙선관위의 예비후보 등록 일정과 맞춰 선거일 240일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등록을 받았고, 예비경선 후보자는 오는 30~31일 등록을 진행한다.
당내 대권주자 13명 가운데 이날까지 대선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주자는 박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장기표 경남김해을 당협위원장 4명뿐이다.
결국, 18일 토론회를 강행할 경우 예비경선 후보 등록은 물론 대선예비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토론회를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전날 "당 예비후보 등록 전이라도 (토론회)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면서도 토론회에 불참하는 이들에 대한 페널티가 없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연유다.
이에 대해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등록금도 안 낸 학생에게 시험 보러 출석하라고 하면서 출석 안 해도 불이익은 안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시험'인 만큼 안가면 그 자체로 불이익이 되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책토론회에 불참할 경우 지난번 봉사활동에 이어 당 주도의 경선 일정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오만하다'는 공격을 받을 게 뻔하다.
유승민 전 의원 측 오신환 전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의 행사 불참에 대해 "1위 주자니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주도해 갈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약간의 오만함이 보인다"며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는 스스로 준비가 안돼 있고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는 '월권 논란'이 불거진 경준위 행사 강행에 파열음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선거운동의 하나로 합동 토론회 또는 TV토론 등이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만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이라며 "이걸 경준위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권한에 있지도 않는 내용이라 그런 일을 벌이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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