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로부터 우리 청소년을 보호하자

    기고 / 시민일보 / 2021-07-06 14:33:26
    • 카카오톡 보내기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노청한
     

    내가 사는 동네에도 ‘24시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섰다. 가게가 알록달록 화려해 들어갔더니 주인이 보이지 않는 무인점포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고 나오면서 어릴 적 ‘껌 한통’이 떠오르며 그때로 돌아간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 1955년쯤 이지 싶다. 할머니가 20리(8Km) 밖 읍내 5일장에 나를 데리고 갔나보다. 시끌벅적한 시골장터에서 아주머니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내 마음대로 기억 퍼즐을 맞춰봤다. 할머니 뒤를 따르던 내가 좌판에 펼쳐놓은 수많은 물건 중에서 길 쪽 가장자리에 얹힌 껌 한통을 슬쩍 집었던 모양이다. 이를 본 주인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우리 할머니가 어떻게 수습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풋풋한 인심’대신 아주머니의 앙칼진 목소리와 숫기가 없이 무안한 내 몰골이 실루엣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셀프 주유소, 무인 계산대는 옛날이고, 셀프 빨래방, 코인 노래방, 인형 뽑기방 등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무인 편의점까지 등장했다. 다양한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추세에 뭇 청소년들이 집단 충동과 호기심으로 절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아니나 다를까 무인 과자가게에서 상품 하나를 결제한 뒤 계산대위에 올려놓은 나머지 물건을 그냥 들고 가게를 빠져나간다. 이 남자는 같은 점포에서 최소 다섯 차례나 물건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며 경찰은 CCTV를 공개했다. 인근 365무인가게도 아이스크림 한 두 개가 아니라 한 움큼 들고 나가는 청소년을 경찰에 신고했다. 무인점포가 청소년들을 범죄로 유혹하고 심지어 24시 빨래방에서 잠을 자거나, 코인 노래방에서 밤새 술 마시고 흡연하는 등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7월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되었다. 우리는 자치경찰이 지역 특성에 맞는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과 주민 친화적인 경찰 서비스를 기대한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청소년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학교 주변 무인점포에 대한 방범진단과 홍보 활동, 생활지도 교사와 함께 학생들에 대한 범죄예방 교육도 돈독히 협업해야 할 것이다. 업주들에게 ‘절도범행을 하면 크게 처벌 받는다’는 등의 경고 문구를 붙이도록 권장하는 방법도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5월 한 달간 온라인플랫폼에서 실시한 ‘2022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참여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전국적으로 총 10만1214명 참여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개인과 사회 공동의 행복추구’(20.9%)를 1순위로 뽑았다. 강화해야 할 교육영역으로는 ‘인성교육’(36.3%)과 ‘인문학적 소양 교육’(20.3%)이 각각 높게 나타났다.


    마음의 바탕이나 사람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는 인성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학생들의 정직성 교육 강화차원에서 각 급 학교에서는 ‘무감독 시험’을 확대하고, 관리자 없이 물품을 판매하는 ‘무인판매 체험학습’도 자주 한다면 인성교육에 도움이 클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