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불출마 아쉽다…그러나 존중한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25-04-13 11: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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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등과 함께 ‘빅4 주자’로 분류되던 오 시장은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경쟁력이 있는 주자라는 평가를 받았었기에 그의 백의종군 선언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당 지도부에서도 경기도지사 출신 이재명을 꺾을 사람은 4선 서울시장 경력의 오세훈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고뇌 어린 그의 결단을 존중한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한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대전 비전을 담은 ‘다시 성장이다’란 책을 편 데 이어 오는 13일 대선 출마 선언식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나, 선언식을 하루 앞두고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대체 그가 이처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덕수 차출론’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당내에서 제기되는 ‘한덕수 차출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역할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한 대행 스스로 결단·의지로 임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결단하라는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론에 대해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으나 최근 국민의힘 내에선 '한덕수 대망론'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당 안에선 성일종·박수영 의원 등이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 의원은 “절반 넘는 의원들이 한 대행의 출마를 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공식 요청하는 성명서를 13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 성명서에는 의원 50여 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제를 요청하면서 이날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한 대행이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적인 요구가 경선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 시장은 경선 승리 후 서울시장직을 내려놓고 한덕수와 다시 후보 단일화에 나서게 되는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 자리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장 자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를 자칫 민주당에 내어줄 위험이 있기에 자신의 대선 꿈을 일시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뇌를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한 대행은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분열 속에서도 여야 지지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된다.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과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제대로 겨룰 수 있는 인물로 정책 대결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그를 추대하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특히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추는 '정치개혁형 개헌' 논의에서도 중립성과 추진력을 겸비한 적임자라는 기대도 나온다. 즉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축소하고 차기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개헌에 적임자라는 것이다. 개헌을 거부하는 이재명 후보에게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한덕수 대행은 40년 넘는 공직 생활을 통해 행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된 뒤에는 총리직을 최장수로 수행하며 위기 상황에서의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어쩌면 한덕수 차출론에 힘을 싣기 위한 고육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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