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경찰은 ‘역지사지’

    칼럼 / 시민일보 / 2003-04-24 17: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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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운 영 순경
    작년 여름 경찰 공무원으로서 이 곳에 들어온 나는 사회생활이 처음이었기에 바꿔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우선 나 자신만의 세계에서 탈출해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특히 경찰이라는 직업은 더욱 그런 것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모든 것이 남의 일이었다. ‘칼로 물 베기’라고만 듣던 부부싸움, 이해관계로 인한 시비, 서로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교통사고, 음주상태로 음식점등 영업장에서의 행패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사건들. 이들 중 대부분은 처음 겪어보는 것들이었기에 집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라온 나에게는 심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에는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어서 처음 경찰에 들어올 때 가졌던 ‘내가 힘들 때 받았던 것처럼 남이 힘들 때 도와주자’라는 초심을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경찰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이 조금 지나 1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일반 시민으로 살아갈 때는 경찰이 그저 나쁜 사람만을 처벌하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직접 이 곳에서 푸른 제복을 입고 온갖 사건사고와 부딪쳐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일반 시민들 대부분은 사소한 일이라도 다른 공공기관보다 가까이 있는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나는 그들을 성심성의껏 도와야했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경찰을 꺼리고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러나 자동차의 앞바퀴가 굴러야 뒷바퀴도 굴러가듯이 경찰과 시민은 같이 가야만 하는 것 같다. 경찰과 시민은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다.

    나 자신이 경찰 제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경찰은 시민들이 미쳐 알지 못하는 곳에서 그들을 돕고 있으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역지사지의 견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가진 난 오늘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경찰관이 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한 보씩 더 내딛고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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