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銃대 멘 젊은 ‘괸당'들
고정관이 두고 같 ‘新資本論’을 재미있게 읽어본건 사실이었지만, 탐닉하지도 심취(心醉)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몸과 마음에 해독을 끼치는 독극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가증스러움을 느꼈었다고 이만성은 부풀려서 아버지께 털어놓았다.
아버지에게 책을 보여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이제와서 뉘우쳐 보았자 엎질러진 물 도로 주워담을 수도 없는 일이구… 진부하고 케케묵은 보수성향이 짙은 아버지를 어떠헥 안심시켜야 할 것인지…?
“앞으로 저는 정치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에 대해 아버님의 뜻에 철저히 따르기로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믿어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언론계 족으로 진출하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공산주의는 체질에 맞지가 않습니다. ‘언론자유’도 ‘의회민주주의’도 공산주의 나라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 아닙니까? 아버님께서 틈틈이 얘기해 주신 ‘언론자유’를 요즘와서 부쩍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도 도시로 나가셔서 푸른 꿈을 펼쳐 보셔야지 않겟습니까?”
“네가 진출하면 되는거지, 이 아비는 늦었어. 내일 모레 50인데, 하던 일도 손을 떼어야 할 나이잖아? 늘그막에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것도 그렇구…. 두고보렴! 대도시는 추악한 파벌싸움-감투싸움으로 난장판이 될테니까.
더욱이나 처참한 피투성이 좌·우익 싸움은 3천리강산을 불바다로 몰아넣을테구…. 걷잡을 수 없는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게 될게다.
너죽고 나살기식 좌와우의 혈투는 막이 오르려하고 있다니까. 두고보면 이 아비의 말이 십중팔구 적중한다고 예견해도 괜찮을게다.
이 아비는 좌도 우도 아니고, 오로지 자유와 평등만을 최고의 가치로 믿고 있는 평범한 제주인일 뿐이니까. 달콤한 유혹도 가공할 협박도 이 아비의 중용(中庸)정신을 꺾지 못할거라는 얘기지. 이 아비보다 만성이 너의 가는길엔 유혹도 있고 박해도 있구…
그래서 험난한 가시덤불길의 연속이라는 점을 자나깨나 명심해야 할게다. 어려운 고비에 다다랐을 때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이 아비와 의논한다는 것 잊지 않도록 해라!
부자지간에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시대, 그것이 악령처럼 한발한발 무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구나!”
이양국은 훤히 앞날을 내다보는 신들린 도사처럼 윗몸을 흔들며 점괘풀이 하듯, 반쯤 눈을 감고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근엄하고 장중한 얼굴이었다. 이만성은 경건함이 지나쳐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과연 아버지의 말씀대로 ‘이전투구’의 추악한 정치판은 벌어지고야 말 것인가?
물론 이만성 자신의 눈에 이렇다 할 조짐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버지가 꿈을 꾸며 잠꼬대를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외에 짜릿하게 가슴에 와 닿는 조짐따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정관과 조용석의 회색(灰色)신호를 보여주고 있는 ‘新資本論’ 그럿이 던져준 파문은 쉽게 가라않을 것 같지가 않다.
이만성은 마치 늪지대 가장자리에 서있는 아찔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맘속으로 극단론을 내세워 온게 또한 사실이었다.
이양국도 인정했듯이 고정관과 조용석이 옛날의 ‘소진’과 ‘장의’에 맞먹는 웅변의 대가임을 이만성은 부인하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했다.
주체할 수 없는 열등감이자 털어버릴 수 없는 패배감이었다.
고정관과 조용석을 굴복시키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만성은 신문기자를 한다면…?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몸과 마음속에 자리잡은 잠재의식이었다.
민완기자. 명논설위원, 명주필- 고정관과 조용석이 거물급 정치인으로 출세한다 해도 자신은 언론인이 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고정관이 두고 같 ‘新資本論’을 재미있게 읽어본건 사실이었지만, 탐닉하지도 심취(心醉)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몸과 마음에 해독을 끼치는 독극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가증스러움을 느꼈었다고 이만성은 부풀려서 아버지께 털어놓았다.
아버지에게 책을 보여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이제와서 뉘우쳐 보았자 엎질러진 물 도로 주워담을 수도 없는 일이구… 진부하고 케케묵은 보수성향이 짙은 아버지를 어떠헥 안심시켜야 할 것인지…?
“앞으로 저는 정치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에 대해 아버님의 뜻에 철저히 따르기로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믿어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언론계 족으로 진출하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공산주의는 체질에 맞지가 않습니다. ‘언론자유’도 ‘의회민주주의’도 공산주의 나라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 아닙니까? 아버님께서 틈틈이 얘기해 주신 ‘언론자유’를 요즘와서 부쩍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도 도시로 나가셔서 푸른 꿈을 펼쳐 보셔야지 않겟습니까?”
“네가 진출하면 되는거지, 이 아비는 늦었어. 내일 모레 50인데, 하던 일도 손을 떼어야 할 나이잖아? 늘그막에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것도 그렇구…. 두고보렴! 대도시는 추악한 파벌싸움-감투싸움으로 난장판이 될테니까.
더욱이나 처참한 피투성이 좌·우익 싸움은 3천리강산을 불바다로 몰아넣을테구…. 걷잡을 수 없는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게 될게다.
너죽고 나살기식 좌와우의 혈투는 막이 오르려하고 있다니까. 두고보면 이 아비의 말이 십중팔구 적중한다고 예견해도 괜찮을게다.
이 아비는 좌도 우도 아니고, 오로지 자유와 평등만을 최고의 가치로 믿고 있는 평범한 제주인일 뿐이니까. 달콤한 유혹도 가공할 협박도 이 아비의 중용(中庸)정신을 꺾지 못할거라는 얘기지. 이 아비보다 만성이 너의 가는길엔 유혹도 있고 박해도 있구…
그래서 험난한 가시덤불길의 연속이라는 점을 자나깨나 명심해야 할게다. 어려운 고비에 다다랐을 때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이 아비와 의논한다는 것 잊지 않도록 해라!
부자지간에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시대, 그것이 악령처럼 한발한발 무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구나!”
이양국은 훤히 앞날을 내다보는 신들린 도사처럼 윗몸을 흔들며 점괘풀이 하듯, 반쯤 눈을 감고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근엄하고 장중한 얼굴이었다. 이만성은 경건함이 지나쳐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과연 아버지의 말씀대로 ‘이전투구’의 추악한 정치판은 벌어지고야 말 것인가?
물론 이만성 자신의 눈에 이렇다 할 조짐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버지가 꿈을 꾸며 잠꼬대를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외에 짜릿하게 가슴에 와 닿는 조짐따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정관과 조용석의 회색(灰色)신호를 보여주고 있는 ‘新資本論’ 그럿이 던져준 파문은 쉽게 가라않을 것 같지가 않다.
이만성은 마치 늪지대 가장자리에 서있는 아찔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맘속으로 극단론을 내세워 온게 또한 사실이었다.
이양국도 인정했듯이 고정관과 조용석이 옛날의 ‘소진’과 ‘장의’에 맞먹는 웅변의 대가임을 이만성은 부인하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했다.
주체할 수 없는 열등감이자 털어버릴 수 없는 패배감이었다.
고정관과 조용석을 굴복시키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만성은 신문기자를 한다면…?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몸과 마음속에 자리잡은 잠재의식이었다.
민완기자. 명논설위원, 명주필- 고정관과 조용석이 거물급 정치인으로 출세한다 해도 자신은 언론인이 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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