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청년 자기정체성 발견 과정 그려

    문화 / 시민일보 / 2004-06-15 2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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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몬의 노래 토니 모리슨 지음
    199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흑인 여성작가 토니 모리슨(73)의 장편소설 ‘솔로몬의 노래’(들녘 刊)가 번역돼 나왔다.

    이 소설은 1977년 발표한 작가의 세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전미 비평가 협회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문장과 상징이 복잡한 작가의 다른 작품과 달리 시점이 비교적 단순한데다 대화체의 평이한 문장이 많아 일반 독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성장소설의 형식을 가진 이 작품은 주인공 밀크맨 데드가 흑인으로서 자기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렸다.

    밀크맨 데드는 아버지의 경제적 성공 덕분에 물질적 특권을 누리며 성장한 흑인 청년이다.

    해방노예였던 그의 할아버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땅을 빼앗기고 죽음까지 당했다.

    아버지 역시 흑인이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삶을 박탈당하자 자수성가를 꿈꾸며 밑바닥 생활을 헤쳐왔다.

    반면 밀크맨 데드는 삶속에서 특별한 억압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며 자란 ‘흑인 중산층’이라는 신인류이다.

    주인공은 ‘흑인’으로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외면한 채 안락한 삶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의 도시적 삶은 좌절된 꿈과 이뤄지지 못한 사랑과 소통되지 못하는 언어로 가득 차 있다.

    주인공의 주변에는 평생 떠돌이 생활을 하는 파일러트, 물질적 안락과 낭만적 사랑을 갈구하지만 좌절하는 헤이가, 특권계층이라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루스, 흑인이면서도 흑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 속에서 시들어가는 누나들이 자리잡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의 연결을 거부하며 위로 날아오르는 꿈만을 꾼다.

    그러던 그는 노예적 삶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남부 흑인사회를 체험하면서 자신의 현재 삶이 과거에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린시절의 환상이 고달픈 여정을 통해 깨지면서 그는 비로소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간’으로 거듭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박해와 설움의 흑인 역사를 사랑으로 포용하는 낭만성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흑인사회의 암담한 미래에 대한 엄정한 현실인식을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은 경제적 박탈감과 인종적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무산계급의 청년과 주인공이 목숨을 놓고 마주치는 장면에서 끝난다.

    작가는 여운을 남기는 결말에서 주인공이 ‘성숙’에 이르는 순간 그의 죽음이 예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선형 옮김. 49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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