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썰매’사줘도 연습할 곳 없다

    스포츠 / 시민일보 / 2008-01-17 19: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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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트레이크시티의 기적’ 한국 봅슬레이팀… 현실은 여전히 열악
    한국 썰매인들의 선전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광배(35, 강원도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파크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08 아메리카컵 2차대회 4인승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39초23의 기록으로 캐나다, 미국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현역 선수가 10여명에 불과하고 실업팀이라고는 강원도청이 유일한 국내 현실에서 나온 기적 같은 선전이었다.

    대회 주최 측에 500달러(약 47만원)의 썰매대여비를 내고 참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화관광부에서는 곧바로 1억원을 호가하는 썰매를 사주겠다고 나섰다.

    대한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회장 이경훈) 성연택 사무국장이 말하는 봅슬레이의 선전은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해서’ 얻은 결과이다.

    성 사무국장은 솔트레이크시티의 기적 이후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풀어놓았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봅슬레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건설비용이 1000억원에 이르는 봅슬레이경기장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유일하게 1곳이 있다.

    국내에 경기장이 없기 때문에 봅슬레이대표팀은 해외전지훈련을 통해서만 기량을 연마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체력훈련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성연택 사무국장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연습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타트 등 기본적인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연습장도 국내에는 없다. 문광부에서 1억원 이상이 드는 썰매를 마련해줘도 해외전지훈련 때가 아니라면 국내에서는 썰매 탈 일이 없는 셈이다.

    대표선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훈련지는 일본이다. 일본 봅슬레이의 저변은 실업과 대학에 걸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성 사무국장은 “일본 봅슬레이협회 창고에 가면 썰매가 수십개나 된다”며 “그것을 빌려쓰는데, 일본 측은 가장 질이 떨어지는 것을 대여한다”고 설움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전지훈련비도 태부족. 현재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되는 2억원과 이경훈 회장이 찬조금조로 내놓는 1억원으로는 전지훈련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아시안게임, 전국체전에 빠졌다는 이유로 경기력향상지원금도 고작 1억원에 불과하다.

    올림픽전략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메리카컵에 출전한 4명의 선수 가운데 2명만이 대표팀지원금을 받는다.

    ‘쿨러닝’은 눈이 오지 않는 지역인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지난 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번 아메리카컵에는 공교롭게도 쿨러닝의 원조인 자메이카팀도 참가했다.

    한국대표팀은 자메이카팀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판 쿨러닝’이라고 하지만 한국대표팀의 기적은 자메이카 선수들의 선전을 훨씬 뛰어넘었다.

    일부에서는 비유럽권에서 열린 이번 대회가 격이 낮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 등 봅슬레이 강국은 각각 올림픽 입상이 가능한 5개팀을 내보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성연택 사무국장은 “현재 기량으로 보면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의 올림픽 전망이 밝다”며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에서 입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 사무국장은 “일본에서 눈칫밥 먹으며 기량을 닦은 선수들이 이제는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며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썰매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성 사무국장은 그러나 강광배 감독이 솔트레이크 현지에서 지적했듯이 전문선수 육성이 올림픽 메달획득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운동을 하고 싶어도 장비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장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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