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채병용, 부상 딛고 '감동 드라마'

    스포츠 / 차재호 / 2009-10-15 1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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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채병용(27. SK 와이번스)이 이만큼 호투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채병용은 지난 7월 우측 팔꿈치 내측인대손상과 척골 신경충돌 증후군, 후내방충돌 증후군으로 두 달여간 마운드를 떠나 있었다.

    두 달간의 재활 끝에 서게 된 자체 홍백전 마운드에서 채병용이 기록한 구속은 120km대에 불과했다.

    SK의 김성근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스피드건이 고장난 줄 알았다"며 채병용의 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주장 김재현도 "채병용의 공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어깨에 통증을 호소한 전병두와 송은범이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채병용은 포스트시즌 등판 기회를 얻었다. 팀이 1,2차전을 모두 내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채병용은 막중한 책임을 지고 3차전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대하는 채병용의 각오는 대단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으로 던지겠다. 내가 죽거나, 저 쪽이 죽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 채병용이 3차전을 앞두고 했던 말이다.

    막중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즌 중이라고 생각하고 던지겠다"며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채병용은 3차전에서 5⅓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쳐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최고 구속은 144km까지 나왔다.

    김재현은 이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는 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3연패하면 감독직을 그만두려고 했다는 김성근 감독도 "그렇게 잘 할 줄은 몰랐다. 채병용이 아니었다면 감독직을 그만둘 뻔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채병용에게 기회는 한 번 더 주어졌다. 지난 13일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로 5차전이 하루 미뤄지면서 김성근 감독은 채병용을 선발로 내세웠다. 비가 아니었다면 얻지 못했을 기회였다.

    "이승호를 선발로 쓰려고 했는데 2년 동안 선발 등판이 몇 번 없어 불안했다. 투수코치가 채병용의 구위가 좋다고 하길래 채병용을 선발로 내세웠다"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채병용은 승부욕이 있으니 잘 해 줄 것이다"라는 동료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5차전 선발로 나선 채병용은 2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삼진은 3개를 솎아냈다.

    1회초 이종욱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채병용은 민병헌과 고영민을 범타로 잡은 뒤 김현수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채병용의 '투혼' 덕분이었을까. 타선도 1회말 힘을 냈다. SK 타선은 박재홍과 최정의 솔로포, 무사 1루에서 터진 이재원의 좌익선상 2루타와 최정의 홈런으로 3점을 뽑았다.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등판할 수 있게 된 채병용은 2회 손시헌에게 안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타자를 범타와 삼진으로 깔끔하게 돌려세웠다.

    3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채병용은 선두타자 최승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기록상으로는 5차전에서 채병용의 투구가 팀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채병용이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딛고 보여준 '투혼'은 동료들의 가슴 속에 충분히 전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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