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4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마을시장이 주민들에게 생필품만을 공급하는 생활형시장에서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전통시장에 문화를 불어넣는 사업인 이른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북구(구청장 김현풍)도 이에 발맞춰 지난 7월부터 서울시, 문화부와 손을 맞잡고 수유마을시장 활성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
구는 지난 7월부터 내년 4월까지를 ‘문전성시 프로젝트’ 추진기간으로 지정, 시장내 빈 점포를 주민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시장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생활문화의 보고이자, 지역민의 교류가 일어나는 시장 속 마을’과 ‘지역사회의 싱싱하고 건강한 삶을 풀무질하는 마을 속 시장’ 이 두 가지를 모토로, ‘시장 속 마을, 마을 속 시장’을 슬로건으로 잡고 진행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지역사회의 문화광장’을 만들어보자는 커다란 취지 아래 세 가지의 구체적인 목표도 담고 있다.
세부적인 사업목표는 ▲시장에 숨겨진 문화를 가공해 삶을 살찌우는 문화예술시장(생활문화) ▲시장의 공간과 자원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넉넉한 시장(공유, 참여, 확장) ▲지역민, 상인, 예술가가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시장(관계, 이웃만들기, 단골만들기) 이 세 가지다.
이에 <시민일보>는 강북주민 뿐 아니라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번 수유마을시장에 대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봤다.
▲상인들, 책을 들다. 시장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가게를 여행하는 책
매주 화요일 수유시장에는 작은 책수레가 다니고 있다. 지역과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을 수레에 실어 상가를 누비고 있는 것.
“책수레 기다리느라 목이 길어졌다”는 상인에서부터 “한비야나 이해인 수녀의 책을 더 보고싶다”는 적극적인 책주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게를 여행하는 책’은 시장통에 독서문화를 소박하게 제안하는데서 시작됐다. 상인들은 돈이 아닌 책목록을 쌓아가는 재미에 빠졌다.
◇문화잡지
이와 함께 몇몇 상인들은 자신이 직접 본격적으로 글도 쓰고 있다. 상인 4명으로 시작된 ‘글쓰기 교실’은 현재 1기 과정을 거쳐 글쓰기 동아리로 이어졌다. 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모여서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담은 글을 한 편씩 발표하면서 글 쓰는 훈련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상인들은 월간으로 제작되는 ‘문화잡지’에 글을 싣기도 한다. 상인들은 돈이 되는 재태크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은 생활글이나 기업형슈퍼와 같은 현안을 담은 글을 싣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지역주민들도 생활글을 자유 기고해, 매달 두 세편의 지역민의 글도 실리고 있다.
‘시장이 만들고, 이웃의 삶이 보이는 마을잡지’인 수유마을시장 잡지는 전통시장의 문화를 콘텐츠로 하는 국내 유일의 문화잡지인 셈이다.
▲시장통에 춤바람이 분다: 춤추는 시장
◇힘내라 상인, 댄스 스포츠
매주 화요일 재래시장길 2층 상가를 개조해 만든 다락방에서는 상인들이 댄스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힘내라 상인, 댄스 스포츠’는 상인들이 직접 제안해서 개설된 프로그램인 것.
◇한춤 교실
댄스 스포츠 사람들이 역동적인 춤을 춘다면, 여성상인 5명으로 구성된 한춤 동아리는 우리 민요가락에 맞춰 전통춤을 배우고 있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한춤 교실’은 열의가 점차 더해져 정규 프로그램으로 승격됐고, 내년 1월부터는 상인뿐만 아니라 지역 여성들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몸살림 몸체조 교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조용한 운동을 원하는 상인들은 ‘몸살림 몸체조 교실’에 등록한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관절염에 시달리는 상인들이 많은 것을 감안, ‘몸살림운동본부’에서 직접 나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는 현대인들의 나쁜 생활습관과 자세로 인해 비틀어진 몸의 균형을 찾는 몸과의 대화시간으로 지역민과 상인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운동이 부족했던 상인들은 자신들 내부에 있던 끼를 발견하고 삶의 활력 또한 되찾고 있다.
특히 내년 4월경에는 수유비엔날레를 통해 상인들과 지역민의 춤 실력도 공개될 예정이다.
▲아줌마가 떴다: 여성이 행복한 시장
◇생생클럽
‘생생클럽’은 ‘여성의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주민문화공간.
이미 리본공예와 종이공예를 가르치는 공방이 오픈됐고, 내년 1월부터 천연양념을 배워보는 요리공방도 가세한다.
생생클럽의 문화강좌는 시장의 빈 점포 기증과 이번 사업을 통한 수강료, 재료비 일부 제공으로 문화적 재능을 갖춘 여성들이 시장 속 ‘자기만의 (공)방’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아줌마가 떴다!-주부모니터링
‘주부모니터링’은 시장의 주 고객인 주부들이 적극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등장하는 프로그램.
한 달에 한 번 수유시장 매니아인 여성들은 시장에 모여 장볼 때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시장의 문제점을 모색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부들은 육아와 가사라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서 생활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찾게 된다.
이렇듯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는 소비를 넘어선 문화생산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을 재발견하고 서로의 지식과 재능을 나눔으로써 여성이 행복한 시장으로 다가서고 있다.
▲재미있어야 산다? : 유머와 풍자의 시장
◇시장통 거리예술
매주 수요일 수유시장에는 다양한 예술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고양이 분장을 한 여성 퍼포머들은 가게를 돌며 상인들의 이름을 묻고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지리산 자락에서 올라온 사이밴드는 세태를 풍자하는 노랫말에 코믹한 표정과 리드미컬한 장단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일명 ‘시장통 거리예술’은 젊은 인디밴드들이 시장에 유머와 활기를 불어넣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노점상
시장입구에는 작가들이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아트상품을 들고 나온다. ‘파리 날리는 가게’에서는 지점토로 정교하게 만든 파리귀걸이와 파리반지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 속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오려붙여 만든 ‘냉장고 자석’, 동전을 넣으면 손 마사지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예술자판기’도 있다. ‘추억의 뺑뺑이’는 이들의 리더격. 지나가는 사람들은 500원을 내고 뺑뺑이를 돌려 운이 좋으면 싼 값에 작가들의 소품을 가져갈 수 있지만, ‘꽝’도 있다.
◇스마일 가게
송호철 작가는 활짝 웃고 있는 상인들을 직접 찍고, 홍보문구를 적은 가게별 광고를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 ‘펀 마케팅’이라는 것이 있다. 제품이나 가게의 분위기에 고객이 재미있어할 만한 기발한 요소를 심어 구매력을 높인다는 것.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의 상인들은 요란하게 가게를 꾸미거나 이벤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돼 스스로 즐기며 ‘수유시장형 펀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되고 있는 강북 수유마을시장에 대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할인마트, 백화점 등으로 잠시 소외받고 있던 전통시장이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 응원해본다.
김유진 기자 ann@siminilbo.co.kr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전통시장에 문화를 불어넣는 사업인 이른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북구(구청장 김현풍)도 이에 발맞춰 지난 7월부터 서울시, 문화부와 손을 맞잡고 수유마을시장 활성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
구는 지난 7월부터 내년 4월까지를 ‘문전성시 프로젝트’ 추진기간으로 지정, 시장내 빈 점포를 주민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시장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생활문화의 보고이자, 지역민의 교류가 일어나는 시장 속 마을’과 ‘지역사회의 싱싱하고 건강한 삶을 풀무질하는 마을 속 시장’ 이 두 가지를 모토로, ‘시장 속 마을, 마을 속 시장’을 슬로건으로 잡고 진행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지역사회의 문화광장’을 만들어보자는 커다란 취지 아래 세 가지의 구체적인 목표도 담고 있다.
세부적인 사업목표는 ▲시장에 숨겨진 문화를 가공해 삶을 살찌우는 문화예술시장(생활문화) ▲시장의 공간과 자원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넉넉한 시장(공유, 참여, 확장) ▲지역민, 상인, 예술가가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시장(관계, 이웃만들기, 단골만들기) 이 세 가지다.
이에 <시민일보>는 강북주민 뿐 아니라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번 수유마을시장에 대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는 시장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봤다.
▲상인들, 책을 들다. 시장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가게를 여행하는 책
매주 화요일 수유시장에는 작은 책수레가 다니고 있다. 지역과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을 수레에 실어 상가를 누비고 있는 것.
“책수레 기다리느라 목이 길어졌다”는 상인에서부터 “한비야나 이해인 수녀의 책을 더 보고싶다”는 적극적인 책주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게를 여행하는 책’은 시장통에 독서문화를 소박하게 제안하는데서 시작됐다. 상인들은 돈이 아닌 책목록을 쌓아가는 재미에 빠졌다.
◇문화잡지
이와 함께 몇몇 상인들은 자신이 직접 본격적으로 글도 쓰고 있다. 상인 4명으로 시작된 ‘글쓰기 교실’은 현재 1기 과정을 거쳐 글쓰기 동아리로 이어졌다. 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모여서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담은 글을 한 편씩 발표하면서 글 쓰는 훈련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상인들은 월간으로 제작되는 ‘문화잡지’에 글을 싣기도 한다. 상인들은 돈이 되는 재태크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은 생활글이나 기업형슈퍼와 같은 현안을 담은 글을 싣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지역주민들도 생활글을 자유 기고해, 매달 두 세편의 지역민의 글도 실리고 있다.
‘시장이 만들고, 이웃의 삶이 보이는 마을잡지’인 수유마을시장 잡지는 전통시장의 문화를 콘텐츠로 하는 국내 유일의 문화잡지인 셈이다.
▲시장통에 춤바람이 분다: 춤추는 시장
◇힘내라 상인, 댄스 스포츠
매주 화요일 재래시장길 2층 상가를 개조해 만든 다락방에서는 상인들이 댄스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힘내라 상인, 댄스 스포츠’는 상인들이 직접 제안해서 개설된 프로그램인 것.
◇한춤 교실
댄스 스포츠 사람들이 역동적인 춤을 춘다면, 여성상인 5명으로 구성된 한춤 동아리는 우리 민요가락에 맞춰 전통춤을 배우고 있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한춤 교실’은 열의가 점차 더해져 정규 프로그램으로 승격됐고, 내년 1월부터는 상인뿐만 아니라 지역 여성들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몸살림 몸체조 교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조용한 운동을 원하는 상인들은 ‘몸살림 몸체조 교실’에 등록한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관절염에 시달리는 상인들이 많은 것을 감안, ‘몸살림운동본부’에서 직접 나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는 현대인들의 나쁜 생활습관과 자세로 인해 비틀어진 몸의 균형을 찾는 몸과의 대화시간으로 지역민과 상인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운동이 부족했던 상인들은 자신들 내부에 있던 끼를 발견하고 삶의 활력 또한 되찾고 있다.
특히 내년 4월경에는 수유비엔날레를 통해 상인들과 지역민의 춤 실력도 공개될 예정이다.
▲아줌마가 떴다: 여성이 행복한 시장
◇생생클럽
‘생생클럽’은 ‘여성의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주민문화공간.
이미 리본공예와 종이공예를 가르치는 공방이 오픈됐고, 내년 1월부터 천연양념을 배워보는 요리공방도 가세한다.
생생클럽의 문화강좌는 시장의 빈 점포 기증과 이번 사업을 통한 수강료, 재료비 일부 제공으로 문화적 재능을 갖춘 여성들이 시장 속 ‘자기만의 (공)방’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아줌마가 떴다!-주부모니터링
‘주부모니터링’은 시장의 주 고객인 주부들이 적극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등장하는 프로그램.
한 달에 한 번 수유시장 매니아인 여성들은 시장에 모여 장볼 때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시장의 문제점을 모색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부들은 육아와 가사라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서 생활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찾게 된다.
이렇듯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는 소비를 넘어선 문화생산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을 재발견하고 서로의 지식과 재능을 나눔으로써 여성이 행복한 시장으로 다가서고 있다.
▲재미있어야 산다? : 유머와 풍자의 시장
◇시장통 거리예술
매주 수요일 수유시장에는 다양한 예술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고양이 분장을 한 여성 퍼포머들은 가게를 돌며 상인들의 이름을 묻고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지리산 자락에서 올라온 사이밴드는 세태를 풍자하는 노랫말에 코믹한 표정과 리드미컬한 장단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일명 ‘시장통 거리예술’은 젊은 인디밴드들이 시장에 유머와 활기를 불어넣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노점상
시장입구에는 작가들이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아트상품을 들고 나온다. ‘파리 날리는 가게’에서는 지점토로 정교하게 만든 파리귀걸이와 파리반지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 속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오려붙여 만든 ‘냉장고 자석’, 동전을 넣으면 손 마사지도 해주고 노래도 불러주는 ‘예술자판기’도 있다. ‘추억의 뺑뺑이’는 이들의 리더격. 지나가는 사람들은 500원을 내고 뺑뺑이를 돌려 운이 좋으면 싼 값에 작가들의 소품을 가져갈 수 있지만, ‘꽝’도 있다.
◇스마일 가게
송호철 작가는 활짝 웃고 있는 상인들을 직접 찍고, 홍보문구를 적은 가게별 광고를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 ‘펀 마케팅’이라는 것이 있다. 제품이나 가게의 분위기에 고객이 재미있어할 만한 기발한 요소를 심어 구매력을 높인다는 것. 수유마을시장 프로젝트의 상인들은 요란하게 가게를 꾸미거나 이벤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돼 스스로 즐기며 ‘수유시장형 펀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되고 있는 강북 수유마을시장에 대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할인마트, 백화점 등으로 잠시 소외받고 있던 전통시장이 이번 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 응원해본다.
김유진 기자 ann@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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