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만큼 값졌던 이규혁의 4전5기

    스포츠 / 차재호 / 2010-02-18 12: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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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징크스에 다시 고개… 국제대회 눈부신 성적으로 韓 빙속사 한 획
    신동이 대표팀의 맏형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규혁(32. 서울시청)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몬드 오벌에서 열린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1000m에서 1분9초92로 결승선을 통과해 9위에 그쳤다.

    길고 길었던 올림픽 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규혁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이규혁의 올림픽 메달 도전사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13세때 태극마크를 단 이규혁은 올해도 대표팀 생활이 19년째다.

    태극마크를 단 이후로 이규혁은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눈부신 성적을 냈다. 2007년과 2008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월드컵 대회에서도 늘 상위권에 랭크됐다.

    그러나 유독 올림픽이라는 무대에만 서면 이규혁은 움츠러들었다. 10여년이 넘는 길고 긴 도전에도 올림픽 메달을 이규혁의 몫이 아니었다.

    이규혁이 가장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 것은 1994년이었다. 올림픽 첫 무대에서 그는 500m와 1000m에서 모두 30위권에 머물며 올림픽의 높은 벽을 느끼고 돌아와야 했다. 500m에서 36위, 1000m에서 32위에 그쳤다.

    첫 무대에서 쓴 맛을 본 이규혁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규혁은 당시 500m 8위, 1000m 13위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도 이규혁은 500m에서 5위, 1000m에서는 8위에 머물르며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규혁은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다. 경험이 쌓일만큼 쌓인 그에게 메달은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2006년에도 지독한 불운은 또 다시 이규혁의 발목을 잡았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m에서 이규혁은 0.05초 차이로 4위에 머물러 메달을 놓쳤다. 500m에서는 17위로 부진했다.

    4번째 도전에서도 실패를 맛봤던 이규혁은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후배 이강석(25. 의정부시청)이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속이 쓰릴 수 밖에 없었던 이규혁은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은퇴를 생각했다. 그러나 토리노 동계올림픽 직후인 2007년 1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규혁의 메달 전망은 밝았다. 올림픽을 앞둔 2009~2010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이규혁은 물 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월드컵 1차 대회 500m 1, 2차 레이스에서 2, 3위에 올랐던 이규혁은 3차 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4차 대회에서는 더욱 화려한 성적을 냈다. 500m 1, 2차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했고, 1000m에서도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올림픽 직전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우승도 이규혁의 몫이었다.

    이규혁은 5번째 도전을 앞두고 신중했다. 금메달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을 정도였다. 각오를 물어도 "내 마음 속의 메달 색은 하나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규혁은 지난 16일 열린 500m에서 15위에 머무르며 메달 꿈을 날렸다.

    그의 몫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후배 모태범(21. 한국체대)이 이뤘다.

    1000m에서 이규혁은 마지막 도전에 나섰으나 또 다시 불운에 고개를 숙였다. 5번째 도전에서도 이규혁의 길고 길었던 꿈은 물거품이 됐다.

    4전5기에서도 꿈을 이루지 못한 이규혁. 그러나 이규혁이 보여준 집념과 도전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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