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댄싱퀸>의 황정민 공천하면 망한다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2-02-09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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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영화 <댄싱퀸>에서 여성 주인공의 꿈은 댄스 가수였다.

    여성의 반려자인 남성 주인공의 꿈은 변호사였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남자의 꿈은 오히려 여성의 꿈을 가로막았다. 정작 그 변호사라는 직종은 여성 주인공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계조차 보장해주지 못했다. 인권변호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권 변호사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안 된다면 대개 명예 때문에 버틴다. 그럼 명예는 있는 것일까.

    영화 <부러진 화살>에도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한 변호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삶도 윤택함과는 거리가 있다.

    알콜이 아니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영화는 끝나고 자신이 변호를 맡았던 피고는 법정 선고형을 모두 복역했다.

    여전히 사무실을 유지 못하고 빚에 시달린다. 아마도 두 영화를 본다면, 더 이상 새로운 세대들은 아마 인권 변호사를 자임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웃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지경에 온지도 모른다.

    어느새 여러 영화에서 오랜 동안 소외된 이들을 위해 활동하던 인권 변호사들은 희화화의 대상이 되었다.

    <부러진 화살>과 <댄싱퀸>의 인권변호사는 모두 웃기는(?) 인물들이어야 영화에서 생존할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정치판으로 뛰어들기 위한 하나의 중간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게 되었다. 실제로 인권 변호사 활동을 정치적 진출을 위한 하나의 스펙으로 활용하여온 일이 종종 있기도 했다.

    그럴 때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를 혼자 차지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 중에 하나가 인권변호사라는 이름의 정치 스펙화일 것이다.

    만약 그런 수단화에만 그친다면 결국 <부러진 화살>의 변호사가 스스로 자조감 섞인 말로 고백한 것처럼 노동자의 등골만 뽑아먹고 사는 셈이 된다.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다. 더 중요한 것은 인권 변호사의 진정성을 아무도 믿지 않게 되는 불행한 상황이다.

    <댄싱퀸>에서는 황정민이 진정성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상황을 분유 값이나 과거 살아온 이력의 고백으로 넘기지만 말이다.

    여하간 황정민을 서울시장 후보로 만든 것은 정치 기획의 힘 때문이었다.

    선거 기획자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낸다. 열사, 인권변호사라는 단어들이다.(그것은 허구로 언론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언론 기획 작품) 그 단어들이 구성하는 것은 또한 스펙을 통한 스토리의 구성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정치기획과 오디션 기획이 절묘가 맞물려 있었다.

    <댄싱퀸>의 여자주인공 엄정화가 개인적으로나 가족이나 정치판에 파란을 일으킨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부터다.

    색다른 걸 그룹 기획에 참여하게 된 엄정화는 정치 기획에 장애가 되는 듯하다가 오히려 정치 기획에 시너지 효과를 준다.

    더구나 스펙은 없더라도 오디션에서 개인의 스토리가 없고는 이제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영화 <파파>에서 준의 인생이 확 바뀐 것은 또 오디션 프로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준과 그의 이복형제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리얼 스토리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그 리얼 스토리에 열광했음에 분명하다. 이는 모두 기획의 힘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힘이 약한 것은 그런 스토리들은 이미 많은 오디션 프로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애써 영화보다 극적인 실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 극적 폭발력을 약화 시킨다.

    어쨌든 본질(실력, 전문성)과 진정성에 대한 요구가 중요한 오디션은 지금 정치권에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만큼 하나의 필요 충분 조건이 되었다.

    사실과 진정성을 기획하는 시대에 감동의 콘텐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게 많아질수록 우리의 감동에 대한 내성은 강해져서 일상의 모든 감흥에 대해서 둔감해지고 있다.

    오히려 인권변호사가 활동하는 현실보다는 영상에서 구성되는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둘까말까다.

    또한 실제 불우한 청소년기의 오디션 참여자의 스토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보아야 감동적이다. 현실의 유사 극화 현상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미디어 기획(언론, 방송)과 정치 기획(정당, 청와대)이라는 양대축으로 담론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책적 진정성과 역량성이 간과되어 시민들의 삶이 오히려 왜곡 되는 경향이 있다.

    각 정당마다 선거 후보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름대로 스펙과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을 발굴하고 선보이기 위한 치열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속의 인물 발굴 기획과 발표가 멀어 보이지 않는 이유다.

    특정 문화와 사회코드에 맞추어서 만든 기획보다는 그야말로 그대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진정성은 정책적 역량과 부합하는 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영화에서 황정민이 과연 서울시장으로 역량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 보여주지 않고, 영화의 결말이 그 중간에서 그치고 말았다는 점은 여전히 영화적 한계와 무책임을 함의한다.

    극적 감동을 위한 공천은 결국 현실에 대한 둔감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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