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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2012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영화 <광해>는 주요 15개 부문에서 상을 받아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는 해마다 발생한 논란을 잠재우려고 법인화에 53명의 일반심사 제도(15인의 전문심사위원 별도)를 구성했다.
각계 각층,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이 심사위원으로 임명되어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공정성에 대한 의문만을 남겼다.
2010년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관객의 대표로 선출된 심사위원과 영화전문가의 공동심사로 수상내역을 정했는데 이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겠다는 목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누어먹기 식이라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시’, ‘아저씨’, ‘의형제’, ‘이끼’가 골고루 가져갔기 때문이다. 2011년 대종상영화제에서는 남여주연상 등 후보 돌연 1명씩 명단이 삭제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외압에 따른 삭제라는 의혹의 제기가 있기도 했다.
대종상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번 반복된다. 대종상은 객관적이면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대종상은 항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겠다는 공언을 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즉 공정하지 못하고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여기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의 딜레마란 무엇일까?
이는 공정과 객관성을 내세울수록 그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마치 도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는 정치인일수록 오히려 조그마한 흠결에 급격하게 무너지는 현상과 같다.
물론 그간 특정 세력 예컨대 주최 측의 입김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인화와 일반의 심사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히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일까?
대종상은 객관성 공정성보다는 비객관적 비공정성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 포괄하려하면 오히려 더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왜 이번에 <광해>가 15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는가. 그것도 일반인 관객들도 압도적인 평가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주최 측이 자신들의 결과물에 대해 자신 있는 기준과 원칙을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성이 강하면서도 여운이 있는 작품성의 영화를 선택했다고 말이다.
예컨대, 1998년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석권한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서 논란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석권이나 싹쓸이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그런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의 흥행작 중에 <광해>는 충분히 그런 의미가 있다.
'부러진 화살', '도가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같은 작품들에게 골고루 분배한다면 나눠먹기 식이 될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광해>의 상대자가 될 영화는 없다. 영화 <도둑들>보다도 낫다.
인지심리학적으로 가장 최신의 가장 각인된 작품이 우선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대중영화들이 많이 선호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거대 자본의 마케팅 역량 덕분이라고만 몰아붙이면 대중관객을 자칫 우롱하거나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
거꾸로 균형성을 위해 대중들에게 많이 선호되지 않는 영화들에게 수상의 기회를 준다면 이미 그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어버린 것이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된다.
예컨대 예술 영화제와 시상을 자임할수록 그것을 지향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 간주할수록 일반적인 대중정서와는 관계없는 작품에 상을 주거나 나누어 먹기 식의 시상이 이루어지게 된다.
영화 <피에타>의 수상 저조는 그에 부합하며 당연한 것이다 한국의 대중정서와 매우 괴리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종상은 객관성을 추구하려고 일반인 심사 제도를 강화할수록 공정성 논란에 계속 휩싸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종상은 대중상이 되어야 한다. 대중이 한해동안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을 중심으로 시상을 해야 한다.
각 영화제나 시상식별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수록 선정영화나 시상식의 내역은 다양화될 것이다. 그것이 없는 것이 오히려 한국영화제 시상식이 갖는 문제이다.
적당한 나눠먹기는 변별성을 없게 한다. 언제나 그럴듯한 영화들이 품격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획일화 현상을 만들고 대중과 괴리되는 영화들을 이상적 모델로 삼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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