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시대에서 본 무오사화 교훈

    칼럼 / 전지명 / 2013-07-26 16: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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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 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우리사회는 이미 빅 데이터(Big Data)의 시대다. 빅 데이터는 각종 전자장치와 인터넷, 통신의 발달로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의 생성 양ㆍ주기ㆍ형식 등이 기존 데이터에 비해 너무 컸기 때문에 종래의 방법으로는 수집ㆍ저장ㆍ검색ㆍ분석이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말한다.



    미래사회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이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질병이나 사회현상의 변화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나 법칙을 발견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서 빅 데이터 등장 초기에 데이터 양(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생성 속도(velocity)를 묶어 ‘3V’라 불렀으나 이제는 그 활용가치(value)를 더해 ‘4V’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최근 확인된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실사건은 빅 데이터 시대에 접어든 이 시기에 나온 문제인 만큼 데이터 관리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반성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엄격한 기록물 관리대상이 되어야 할 정상회담 대화록인 이른바 ‘사초(史草)’가 증발되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 대화록 열람위원들의 대화록 찾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 원본을 끝내 찾지 못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과 국가기록원의 문서 시스템이 호환성 문제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진상은 아닐 것이다.



    데이터의 가치(value)가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속담처럼 대화록 원본 데이터의 증발 사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아이러니 현장을 지금 목도하고 있다. 여기서 정치권은 그것의 유실과 관련된 진상 규명논의와 해결책을 놓고 설왕설래가 불을 뿜어대고 있다.



    결국 모든 논의는 참여정부가 애초부터 아예 데이터화시켜 보관하는 것을 방기했거나 아니면 MB정부에서 파기했을 두 가지 경우에 귀착될 것이다. 그래서 여ㆍ야 간 정쟁의 성격을 띠며 책임소재 공방이 치열해 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기록이 갖고 있는 ‘사초(史草)’로서의 기능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절대왕정시대인 조선시대에서도 역사의 편찬을 맡은 사관들은 군왕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실제 사실을 단 하나의 빠트림도 없이 그대로 기록했고, 군왕조차도 함부로 사초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었다. 이것은 결국 역사적 데이터를 영구보존함으로써 미래세대에 발전적 교훈을 줘야한다는 ‘역사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그것이 정쟁을 위한 정재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왕조 시절의 무오사화(戊午士禍)와 그 여파로 잇따른 피비린내 나는 사화의 교훈을 뼈아프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사화가 사초로 인해 일어났던 일이었음을 상기해 볼 때 타산지석의 교훈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초로 말미암은 정쟁을 위한 정쟁지양은 물론 사초만큼은 만에 하나라도 결코 소홀히 하고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될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 기회에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역사의식 불감증’과 미래가치로써 ‘데이터’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의 큰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차제에 국가정보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첨단 디지털의 빅 데이터 시대에 걸맞게 효율적으로 수집-보관-관리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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