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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재현 국회의원 |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국정 목표에서 경제민주화는 배제되었고, 어느새 ‘경제활성화’가 그 자리를 꿰찼다.
재계가 경제민주화 법안에 반발한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은 약한 모습을 보인다.
국민들의 염원을 모두 무시할 만큼 대기업이 무서운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경제 논리에 입각하더라도, 규제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투자는 규제를 풀어준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익만 있으면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투자를 하고야 마는 게 기업이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공약이었을 때 반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제민주화가 한국 경제의 화두이자, 정치인들의 공통된 과제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공약을 뒤집는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 대기업이 탄압받고 금방이라도 경제가 침체될 것처럼 말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방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며,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인들을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비호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실질적인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경제민주화는 바람직한 지향점이 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공정’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인들은 낙수효과를 앞세운 밋 롬니가 아니라 경제 공정(economic fairness)을 주장한 오바마를 택했다.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의 이념이 가장 활기 넘치는 미국 사회도 극심한 빈부 격차를 경험하면서 진정한 공정함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층 간 차이가 격화되며 양극화 문제가 사회 불안요소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경제민주화를 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인정한 국가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고, 국민을 돌볼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성장의 열매는 국민 전체에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실패한 정권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이어 받는다면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가 추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외환위기 조짐이 있는 말레이시아(24위)보다도 낮은 25위다. 부의 편재는 나몰라라하고 대기업 밀어주기에 바빴던 이명박 정부의 비참한 성적표인 셈이다.
이번 정부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붙이지 않으려면, 경제민주화를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법개정안, 근로기준법개정안 등이 정기국회에서 여야 모두의 합의로 통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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