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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성숙한 여기자 3명을 상대로 포옹하면서 손등에 입맞춤을 한 검사가 있다.
또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인사하는 귀여운 초등학생과 악수하면서 손등에 입을 맞춘 노인도 있다.
물론 둘 다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누구의 죄가 더 클까?
먼저 여기자 손등 입맞춤 사건을 보자.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은 지난해 12월26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모 일간지 및 방송사 여기자 3명을 포옹하고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해 감찰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기소를 당하기는커녕 ‘견책’ 이상의 무거운 징계도 받지 않았다.
대검 예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에 따르면 성풍속 관련 '기소할 수는 없으나 품위손상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견책 이상의 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실제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지난 14일 감찰위원회 소위원회의 의결을 근거로 이 차장에 대해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이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반면 초등학생의 손등에 입을 맞춘 사건을 보자.
70세 가까운 한모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인 A 양이 자신에게 인사하자 악수를 청한 뒤 손을 내민 A양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자신의 손등에도 입맞춤을 해달라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8부는 한 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단지 귀엽고 예뻐서 손등에 입맞춤을 한 것이더라도 추행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성추행 사건의 이렇듯 다른 처벌에 수긍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 사람은 힘없는 노인이고, 또 다른 사람은 힘 있는 검사여서 처벌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 필자는 한씨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그의 처벌이 중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진한 차장검사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금 검사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3년동안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성추문 검사’, ‘브로커 검사’ 등 별별 시리즈가 다 나오더니 급기야 ‘해결사 검사’까지 등장했다.
‘해결사검사’란 자신이 수사했던 피의자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과정에서 검사의 직위를 이용해 협박한 전 모 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 연예인이 성형수술이 잘못됐다고 하자 의사를 찾아가 재수술을 해주고 수술비를 돌려주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검사가 폭력배 노릇을 했다는 말이다.
왜 이렇듯 검사들과 관련된 추문이 잇따르는 것일까?
이진한 차장 검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서 나타나듯이 검찰 내부의 ‘감싸기 문화’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대한민국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사들이 모인 최고 권력기관이다. 그런 검사들에게 성추행쯤은 아무 것도 아닌 사건일지 모른다. 그런 인식이 검사들에게 자리 잡고 있는 한 검찰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러자면 검사들 개개인의 마음다짐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일탈검사에 대한 ‘내부 감싸기 문화’를 혁파하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언제 어떤 희한한 이름의 추문을 터뜨리는 검사가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인터넷 상에는 일탈검사들을 향한 비판의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이러다 떡볶이검사, 김말이검사 아주 다 나오겠다. 언제까지 이 꼴을 봐야하나. 세금이 아깝다.”.
“정말 검찰은 요지경이다. 스캔들 시리즈로 묶어서 책을 내도 되겠다.”
“이참에 검사들 비리로 잘리면 변호사도 아예 못하게 법을 바꿔라.”
“공직기관 청렴도 조사해봐라. 검찰 몇 위 나오는지. 내가 보기엔 검찰 좋아하는 국민들 많이 없다.”
이런 글들을 보고도 검찰이 스스로 어떻게 거듭나야 하는 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검찰조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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