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vs. 기동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4-07-09 1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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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금태섭 전 대변인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각기 다른 처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동작을(乙)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금태섭 전 대변인은 자신이 김진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영통구에 전략공천 되는 방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광주 광산을(乙)에 공천신청 했다가 동작을에 전략공천 된 기동민 전 부시장은 그 지역을 오랫동안 관리해온 허동준 전 지역위원은 물론 지역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당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였다.

    한 사람은 자신이 공천신청하지 않은 지역에 전략공천되는 방안을 거부한 것이고, 한 사람은 자신이 공천신청하지 않은 지역에 전략공천 됐음에도 ‘덥석’ 수용한 것이다.

    실제 금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한 저의 입장'이란 글에서 "오늘 우리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과분하게도 나의 수원 배치를 두고 여러 의견과 격론이 많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미 입장을 밝힌 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마운 뜻이지만 이미 말한 것처럼 이미 한 지역에 출마선언을 했던 마당에 다른 지역에 출마할 순 없다"며 "또 혹여나 내가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추호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당의 전략적 판단과 많은 고민을 이해하지만 원칙을 지키고 작은 약속부터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것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선당후사’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수원에는 여러 훌륭한 분들이 출사표를 냈기 때문에 좋은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의 결정이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원칙을 바로세우고 화합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은 동작을에 공천신청했다가 탈락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전략공천 되는 것은 원칙이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 없고, 이미 그 지역에 공천신청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한 사람을 골라야지 다른 곳에서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동민 전 부시장은 어떤가.

    이미 동작을에는 금태섭 전 대변인과 허동준 전 위원장 등 쟁쟁한 사람들이 공천신청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본인은 그곳이 아니라 광주 광산을에 공천신청을 했었다. 그가 특별히 동작을에 전략공천돼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기 전 부시장은 공천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반발하는 허동준 전 위원장과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식 출마선언하고 말았다.

    얼핏 보면 금 전 대변인은 스스로 금배지를 달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린 매우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고, 기 전 부시장은 상당히 약은 사람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정치인에게 있어서 금배지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게 통설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치인의 생명은 금배지에 있는 게 아니라, ‘원칙’과 ‘소신’에 있다.

    비록 지금은 더디게 가더라도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받을만한 ‘원칙’과 ‘소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우선 당장은 금 전 대변인의 선택이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결단은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당원들에게 깊이 각인 됐다는 점에서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기동민 전 부시장의 선택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의문이다.

    지역 당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게다가 무려 60여명에 달하는 원내ㆍ외 위원장들이 반대하는 공천을 받고라도 꼭 자신이 동작을에 출마했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그로 인해 당원들이 받아야할 허탈감과 분노보다도 자신의 금배지가 더 중요한 것인가.

    오늘이 공천을 반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러기 어렵다면 최소한 그 지역에서 이미 공천을 신청한 다른 후보들과 경선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기 전 부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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