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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변호사 |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도 역시 성경이었다. 일곱 번씩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메시지였다. 남북한의 대치 상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교황이었기에 그의 용서의 메시지는 아주 예민한 것이었다. 그가 8월14일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는 "한반도 평화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방한 첫날 청와대에서 한 연설을 통해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말을 하고, 또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떠나면서 용서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북한의 전쟁도발행위를 가슴에서 지우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의 한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미사에서 “오늘의 미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하여 드리는 기도”라고 소개하며, 마태복음서를 인용해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는 성경을 인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이것이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우리에게 떠먹여주었다.
교황이 이같은 메시지를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 국민들의 가슴속에 있는 전쟁의 한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전쟁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지만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다", "그중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라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통일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예시해주고 싶었던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그의 방한기간 동안에 그가 남긴 흔적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가슴에 오래 남을만한 흔적을 남겼다.
그는 그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났다. 우리 대통령은 바쁘다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더디게 만나는 것과는 분명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그는 방한기간 동안 끝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벗'임을 알렸다. 우리의 권력자들이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그는 한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국 수도자들과 만나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위선을 떨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을 일갈했다. 수도 생활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정말 위대한 교황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방한 첫날 청와대 연설에서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풍조속에서 인간중심주의의 세상을 바라다 보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 것이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은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을 거부하자”,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 “희망은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 라는 어록을 남겼다.
진실로 인간성 말살의 시대에 인간성의 회복을 강조한 것이 신선하다. 그의 이같은 어록은 성직자로서의 모습속에서 자신의 인격을 체화시킨 삶을 살고 있다는 징조이다. 그의 모습속에서는 우리는 성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가 교황의 방한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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