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간첩사건 무죄판결인가

    칼럼 / 전지명 / 2014-09-15 17: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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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 전지명 동국대 겸임교수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된 홍 모 피고인의 간첩 행위에 대해 최근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세인의 관심을 주목시켰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지난해 8월 1심 그대로 무죄가 선고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 무죄선고 판결을 보니 문득 27년 전 미얀마 근해 안다만해 상공에서 무고한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김현희의 대한항공 858편 폭파 참사 테러 사건이 떠오른다.

    그 사건에 대한 정부의 수사 결과, 김정일 친필 공작 지령에 의한 88서울올림픽 참가신청 방해를 위한 테러임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실공방을 펼치기라도 하듯 그가 진범이 아니라 안기부(현 국정원)의 자작극이란 설도 난무했다.

    그 당시 ‘하치야 마유미’라는 일본인으로 위장된 김현희가 살아서 후에 진실의 양심증언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말 역사적 사건의 진실도 호도 될 뻔했다.

    문제는 이 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인류보편의 가치에 역행하는 북한의 대남전략에 대한 국가 안전 불감증의 그 대표적인 한 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간첩사건의 무죄판결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두 간첩사건에서 이용된 루프홀(loophole)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와 ‘미란다 원칙’(경찰이나 검찰이 범죄피의자를 연행하거나 심문하기 전에 피의자에게 혐의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이라고 본다.

    피의자인 홍씨는 이런 법의 맹점을 이용해 혐의를 인정한 뒤 민변 변호인단과 접촉 이후 진술내용을 번복했고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법원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일반 형사범과 달리 안보 위해 사범의 경우는 엄격히 분리해서 판단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미 일각에서도 ‘법원이 국가안전보장보다는 지나친 형식 논리로 증거를 배척했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참고로 미국이나 서방국가에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간첩ㆍ테러범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피의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법원은 뻔히 증거 확보가 어려운 간첩사건의 특수성도 무시한 채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자백 진술까지 부정한 것은 정말 납득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금년 8월 말과 작년 같은 기간을 대비해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55건에 비해 올해 32건으로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집계는 공안 사범 감소를 의미하기보다는 국정원ㆍ검찰의 공안사건 수사의 위축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보편적 원칙도 중요하겠지만 공안사범에 대한 수사 역량 혁신과 감청 허가 등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제도적 보완 역시 절실하다.

    사법부는 법문의 도식적 판단에서 벗어나 국가안전보장이라는 큰 헌법적 틀에서 간첩사건의 본질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잘 것 없는 개미굴로 인해 큰 둑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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