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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세 객원기자 |
이 글자 밑에 흙 토(土)가 들어가면 당(堂)이 되는데 말 그대로 '흙을 돋우어 만든 마당'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옥편에 나와 있는 것처럼 무슨 거창한 집을 가리키는 '집당'이 아니라 우리말 '마당'의 당을 가리키는 순수 우리 한자입니다. 이처럼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도 지내고 함께 놀기도 하는 곳이었던 당(堂)의 본 뜻을 지닌 말이 당집인데 당산나무 옆에 있던 조그만 집으로 굿이나 놀이에 필요한 제기, 기구들을 보관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근래 들어 이러한 당집의 규모가 커지고 편의 시설들이 추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편리함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굳이 탓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이처럼 당(堂)이란 글자는 은연중에 개인의 일이 아닌 공적인 일을 위한다는 권위와 신을 모시기 위한 도구를 보관한다는 신성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당(黨)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당(黨)자의 맨 밑에 있는 점 네 개는 불 화(火)의 변형이고 그 위는 그을음이 잔뜩 낀 환기구입니다. 이 둘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가 검을 흑(黑)입니다. 집안에서 불을 피우면 연기가 차기 때문에 가급적 밖에서 불을 피웠겠지만 제사 때는 위패를 모신 실내를 떠날 수 없었으니 환기구와 그을음은 불가분의 관계였겠지요. 실제 중국 북방이나 몽고의 빠오 형태 주거 공간에는 지붕에 뚫린 구멍 아래 제사상을 모셨습니다. 이 그을음 낀 창이 있는 집, 제사나 모임이 많아 불을 자주 지펴야하는 집을 나타내려고 검을 흑자 위에 집 면(宀)을 더해 만든 것이 당(黨)입니다. 때문에 당(黨)을 무리 당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당(堂)과 당(黨)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과 함께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권위와 신성함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堂)은 현대까지 그런대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이 풍치 좋은 곳에 멋진 별장을 짓고 무슨 무슨 당이라고 무당과 연관된 집이름을 붙였다고 뭐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글자란 것은 본 뜻이야 어찌 되었건 대다수가 공감하는 의미로 쓰이면 행세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당(黨)을 보면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본시 당(黨)의 그을음은 식구들의 안온과 조상님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위의 결과물로 환기구 주변에만 묻어 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사리사욕에 눈 먼 무리들이 들이닥쳐 불 피움의 본래 목적은 까맣게 잊고 집안 여기저기서 제 한 몸 따뜻하겠다고 불을 피워대니 집안 전체가 까맣습니다. 나중에는 불 안 지피고 흰 옷 입은 사람까지 까맣게 변합니다. 옷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몸도 얼굴도 까매집니다. 검댕으로 얼굴과 몸을 몽땅 감췄으니 염치 있을 리 없고 눈동자까지 검댕을 칠했으니 남 눈치 볼 리 없습니다. 당(黨)에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그 지경으로 변합니다. 온 국민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어도 안하무인이요 오불관언입니다.
이런 당(黨) 곁에 가면 개(犬)도 할 말을 잃습니다. 침묵할 묵(默)자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이런 당(黨)에게 짖지 않는 개가 무섭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짖어야 합니다. 짖어 숯검댕 묻은 인간들을 쫒아내야 합니다. 요즈음의 당(黨)은 차라리 짐승들의 집을 가리키는 소굴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본래의 당(黨)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하는 소리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이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온 국민이 목청을 다해 짖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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