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原電 백지화는 헌법 위반

    칼럼 / 조갑제 / 2017-08-20 1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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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지난 7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주주인 박종관, 주숙희 씨는 권성 등 9명의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를 상대로 지난 7월14일자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과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 냈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로부터 38개월간 심의를 거쳐 2016년 6월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건설허가를 받았다. 그 무렵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의 컨소시엄과 공사금액 8조6000억 원 가량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지난 6월 말 현재 공정률 29.5%에 공사비 1조6000억 원 가량이 집행되었다.

    지난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원전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면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계속 여부에 대하여)는 안전성과 함께 보상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하였다.

    6월27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한시적으로 독립기구인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며, 시민 배심원단을 구성, 의견을 수렴하고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6월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에 한 장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한수원은 공기업 특성상 에너지법 제4조 제3항에 의거, 국가의 에너지 시책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할 포괄적 의무가 있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공론화 기간 중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행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주기 바란다는 요지였다.

    6월30일 한수원은 삼성물산 컨소시엄 등 공사 관련 17개 업체에 위의 공문을 그대로 전달하였다. 1000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던 공사현장은 혼란 상태에 빠졌고, 공사업체, 근로자, 지역주민들은 “법적 근거가 뭐냐”고 반발하였다. 한수원 노동조합도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결정에 참여한 이사진과 정부 관계자 전원을 배임 행위로 고사, 고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7월7일 한수원은 경주시의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공사 중단 여부를 논의하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13일에는 이사회가 노동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7월14일 한수원은 비밀리에 경주시 스위트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적 이사 13명 중 12명 찬성, 1명 반대로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계획을 의결하였다. 시공업체에 피해 보상 비용 1000억 원 가량을 지급하기로 결의하였다.

    소송대리인들은 이런 이사회 결의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고 절차적 정의(正義)를 현저히 위반하였으며,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원자력안전법 등의 법률을 위반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하루아침에 중단된 신고리 5, 6호기 공사는 2008년부터 9년간 전기사업법, 에너지 기본법,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하여 장기간의 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되었다. 특히 건설허가를 받는 데는 전원(電源)개발촉진법과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38개월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공사비 8조6000억 원, 공사업체 760개, 연인원 5만 명이 이미 투입된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5, 6호기 공사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것을 뒷받침한 국가적 장기 정책결정 과정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소송제기자들의 논리이다. 적법절차의 깊은 뿌리를 권력이 자의적으로 자를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2008년 8월27일 에너지 정책의 최상위 국가전략인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2030)’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립되었다.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의 설비 비중을 41%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었다. 절차적 정당성을 위하여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 에너지 공급 및 수요자,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공청회, 공개토론, 워크숍을 여러 차례 가졌다.

    2008년 12월엔 전기사업법에 의거하여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8-2022)이 공론화 과정을 거친 다음 전력정책심의회의의 심의를 거쳐 수립되고 여기서 신형원전(APR 1400)을 적용한 신고리 5, 6호기 공사계획이 확정되었다.

    2013년 9월30일 한수원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산자부 장관의 전기사업(발전) 허가를 받았다. 한편 2014년 1월14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에너지법에 따라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반영, 설비 기준의 원전 비중을 41%에서 29%로 낮추기로 결정하고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유지하기로 하였다.

    2016년 6월27일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의한 38개월간의 심의를 거쳐 원자력안전법 10조에 의한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건설허가를 받아 다음 날 공사에 착수하였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 많은 연설을 통하여 원전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정부에 걸쳐 적법 절차를 거쳐 확정된 국가 기본 계획을 즉흥적으로 폐기한 행위이다. 촛불혁명 정권이므로 헌법과 법률을 혁명적으로 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가처분 신청의 법리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으로 한수원의 주식을 100% 보유한 한국전력공사의 재산상 손해가 예상되고 이에 따라 한전 주식을 가진 가처분 신청인도 부당한 피해를 보게 됨으로 공사중단 조치를 취소시켜달라는 것이다.

    권성, 천기흥, 하창우, 김정술, 구충서, 석동현, 이재원, 양윤숙, 우인식 변호사로 구성된 소송대리인단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공사중단의 불법성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피신청인(한수원)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전예고 없이 비밀리에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열고 ‘전격적’으로 처리하여 공사 중단을 결의하였다고 했다. 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때는 먼저 국민이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이런 기회 또한 봉쇄되었다. 대리인단은 문재인 정부의 공사중단 결정 과정에 대하여 ‘초법적’이고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대리인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백지화 선언과 국무회의 심의는 결코 ‘적법한 국가의 에너지 시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미 관계법령에 의하여 적법하게 확정된 에너지시책, 즉 기존의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의 내용에 명백히 위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임을 내세워 원전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관계법령에 따라 적법절차를 거쳐 확정되지 않는 한 그것이 국가의 에너지 시책으로 변화되거나 승격될 수 없음은 법치행정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는 것이다.

    산자부 등은 한수원이 공공기관이므로 에너지법에 의하여 국가시책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억지이다. 공사 중단은 원자력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이므로 에너지법이 아니라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야 하는데 정부 주장은 관련법을 사문화(死文化)시키는 주장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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