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원투표로 비례정당 참여 결정키로...면피 꼼수?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20-03-09 11: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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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정치공학적 발상”...김병준 “노무현, 이런 꼼수 쓰겠나”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로 비례대표 전용 연합정당(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데 대해 면피를 위한 당 지도부의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9일 “비록 정치 개혁이라는 대의가 일부 훼손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원내 제1당 지위를 지킬 수 있는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라며 “다만 당 지도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 존중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주제로 한 마라톤 토론을 벌인 끝에 ‘전체 당원 모바일 투표’라는 방식을 고안했다. 


    하지만 그동안 비례대표용으로 '미래한국당'을 내세운 미래통합당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민주당으로선 ‘거대 양당제 혁파’를 내세워 입법화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이를 모면하기 위해 전 당원투표라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 일각에서 중도층 표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양상이다.


    실제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연합정당 창당은) 우리당을 지지하는 분들과 재야 시민단체 쪽에 계신 분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지혜를 짜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선거라는 게 중도층 표심을 어떻게 끌어당길 것인가 여기에서 승부가 결정나는데 중도에 계신 분들이 이게 자유한국당 얘기가 맞구나 똑같이 되는구나, 이런 판단을 할 것이 아닌가 두려워 그 입장 때문에 반대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에서 중도를 안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인데 누가 보더라도 이렇게 되면 중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면서 '비례에서 얻는 표보다도 지역에서 수도권에서 잃는 표가 많을 것이라고 한다면 당원들이 쉽게 그냥 하자고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 최고위원은 '중도층 이반이 당락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이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수도권에서 1000표, 2000표 차이로 결정이 많이 난다. 3표 차이로 떨어지는 상황도 있다"면서 "그래서 항상 중도층을 의식하면서 우파정당은 좌 쪽으로 좌클릭하고 좌파정당은 우클릭으로 하는 게 선거의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그동안 애써 잡아놓았던 중도층에 대한 표심을 흔들리게 만들면 전략상으로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거듭 비례정당 창당을 반대했다. 


    정의당 등 여권 성향 야당의 반발도 녹록치 않다. 


    이미 정의당은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전날 합류를 공식적으로 거부했고 민생당도 반대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민주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해 미래한국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으려면 정의당의 동반 합류가 필수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미 정의당은 '정치공학적 발상'이라고 공식적으로 합류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특히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전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등을 빼앗겨서는 안된다"며 비례연합당 합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이게 노무현 정신이냐"고 따졌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노무현 정부시절이던 2004년 초부터 2006년 초까지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국민참여, 지역주의 타파, 권력분산, 개혁 등 이른바 '노무현 정신'구현에 중심적 역할을 해 온 사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 전까지 비례용 정당을 만드는 미래통합당을 향해 '코미디 같은 짓', '참 나쁜 정당', '속임수', 심지어 '쓰레기' 운운하더니 결국 자신들도 그렇게 하겠다는 이야기"라면서 이 대표를 겨냥 "툭하면 노무현대통령을 앞세우는데, 말로만 노무현대통령 팔지 말고 사과부터 해라. 그게 옳다"고 질타했다.


    한편 전날 회의에서 설훈·김해영 최고위원 등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연합 정당 참여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비례당 관련) 비난은 잠시지만 (비례당을 하지 않았을 때의)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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