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나 23일 현재 당내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배경과 관련해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겨냥한 견제 성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심재철 권한대행은 당 소속 현역의원 92명과 당선인 84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낙선자가 대부분인 최고위원회에서 비대위 전환을 급하게 밀어붙였다는 데 대한 당내 불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 권한대행이 선거 패배 이틀 만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이미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데다 의원·당선자 전수조사에서 구체적으로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견해를 구한 데 대해서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의 반발 배경에 차기 경기도지사 보궐 선거와 관련해 심재철 권한대행을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 관계자는 "심재철 권한대행을 비롯해 원유철, 김영우 의원 등이 내년 4월 쯤 예상되는 경기도지사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저마다의 '목적'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기전대를 주장하는 조경태 의원의 경우 당권 도전을 위한 것이고 정진석 의원은 21대 국회 국회부의장직을, 김영우 의원은 차기 경기도지사 보궐선거 때문에 심재철 권한대행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옹립하는데 불만이 있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심 원내대표가 현역 의원, 당선자들을 설문조사해서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며 "그에게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집 비우고 떠나는 사람이 '인테리어는 꼭 고치고 떠나겠다'고 우기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임무는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행정적 절차를 주관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조속한 당선자 대회의 개최"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시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며 사실상 무제한 임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에 맞춰서 통합당도 9~10월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상대책위 임기는 전당대회 전까지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을 조기에 안정화시키려면 비대위 체제를 길게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대위의 성격과 목적과 기간 등이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길어야 전당대회까지만 하도록 하고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4·15 총선에 불출마한 김영우 의원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은 참으로 비민주적 발상이며 창피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은 오는 28일 당 소속 현역의원과 시도지사·지방의회 의원·지역별 당원 등으로 구성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인준을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당 장악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정우택 의원은 "경험상 현역 의원들이 통상 비상대책위 체제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몇 개월 내로 '흔들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무제한 임기'를 전제로 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 경우 전국위 인준에 실패할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당내 사정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은 "만약 비대위원장을 한다면, 웬만한 잡음 같은 것은 제어를 할 수 있으니까 그까짓 거 내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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