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나경원, 자숙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1-04-27 14: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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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황교안 전 대표가 최근 정치 행보를 재개했는가 하면,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당권 도전을 시사하는 등 야권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할 인사들이 너무 설친다는 느낌이다.


    지난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의 책임이 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가져갔고 비례대표 전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명이 당선됐다. 집권 여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180석을 차지한 것이다. 이는 1987년 개헌 이후 '최다 의석'으로 개헌 빼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의석이다.


    반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19석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수도권에서 참패해 지역구는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비례의석까지 모두 합해야 겨우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넘긴 103석에 불과한 것이다.


    문재인 국정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여당의 압승’, ‘야당의 참패’를 가져온 핵심 요인은 바로 양당의 ‘비례정당’ 창당이다.


    그런데 먼저 비례정당 창당에 불을 지핀 건 당시 야당 대표였던 황교안이다.


    그는 비례정당 창당 의지를 피력하면서 ‘꼼수’가 아닌 ‘묘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비록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얻기는 했지만, ‘꼼수’에 분노한 국민이 등을 돌렸고, 그로 인해 수도권에서 야당 후보들이 궤멸을 당했다. 아마도 비례로 얻은 의석보다 지역구에서 잃은 의석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굳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문재인정부에 민심이 등 돌린 탓에 103석 이상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반면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었지만, 그 책임을 야당에 돌릴 수 있었다. 실제로 국민은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실망하기는 했지만, 야당이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도 이득을 보고 비례에서도 이득을 보는 횡재를 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한 책임 때문이 황교안 전 대표에게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정치 활동을 재개해선 안 된다. 아직은 국민이 그를 용서하지 않고 있으며, 황교안 전 대표 역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상당한 책임이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 앞서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기존의 선거법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었다.


    실제로 정개특위 자문위원들은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가장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도라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렇게 하면 각 정당 득표율과 국회에서 각 정당이 차지하는 의석 비율이 상당히 근접하기 때문에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문제는 국회의원 숫자인데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대1’로 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200개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지역구를 현행 253개에서 53개나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지는 선거법 개정안에 국회의원들이 찬성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개편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조금 늘리되 지역구 숫자를 현행 253개로 묶고 비례대표 의석만 늘려서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권당과 제1야당이 모두 반대했다.


    양당체제가 무너지고 다당제로 나아가는 것이 싫은 것이다. 한마디로 양당제에서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나경원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협상하기보다는 아예 판을 깨버리려는 태도를 보였고, 결국 소수정당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한 나경원은 정치무대에 복귀해선 안 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나경원이 오세훈에게 큰 격차로 패배한 것은 국민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황교안과 나경원은 아직은 정치 활동을 재개할 때가 아니라 자숙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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