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K-Forestry를 만들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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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철 임학박사 |
친환경인증을 받은 비료를 사용해야만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아서 정부에서 주는 친환경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달걀도 2017년에 있었던 살충제 검출 사건으로 무농약, 무항생제 달걀을 생산하기 위한 사육시설과 동물복지축산 사육 인증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톱밥의 수요가 늘어났다.
게다가 귀농 귀촌 인구가 버섯재배로 쏠림현상이 많아 참나무 골목과 목재 톱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산림벌채수요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새 톱밥 구하기가 힘들어 왕겨로 다시 수요가 돌아가고 있다. 동물복지축산 사육을 위해 소, 돼지, 닭, 오리의 축사에 톱밥 깔아준다.
예전에는 왕겨를 깔아 줬는데, 왕겨로 탄화왕겨를 만들어 농업용 비료로 사용하면서 왕겨를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잘 썩지도 않아 우분, 계분, 유박 등 친환경 퇴비를 만들기에도 부적절해 목재톱밥 퇴비가 수요가 많아져 톱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볏짚까지 사료로 사용하니 볏짚 구하기 힘든 것처럼 농업 쪽에서 농업부산물을 알뜰하게 사용하니 그 수요가 목재톱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목재나 파쇄 하여 만든 톱밥의 수요가 많아져 산주들에게 벌채업자들이 100만 원/ha의 저렴한 비용만 손에 쥐어줘도 벌채가 가능한 것이다.
저렴한 목재의 국내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버섯산업, 퇴비, 축산, 조경, 수출용 파렛트, 건설용 자재 산업에서 전적으로 외국산에 의존해야 하므로 일정비율의 국산 목질바이오메스가 공급되어야 시장가격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
수요에 대한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정규모의 벌채가 매년 이루어져야 한다. 산림은 도시민의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저렴한 목질바이오메스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계속될 수요 증가에 맞춰 산림을 벌채하기 힘든 상황에 대비하여 밭에 단기벌채 순환림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농지부족으로 우리나라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우드칩과 톱밥의 수요가 많아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제재목 목재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할 곳이 많다. 톱밥이나 우드칩은 야적하면 부패하면서 발열반응이 일어나고 열분해가 일어난다.
친환경 농자재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방부제 처리는 할 수도 없다. 수입 목질바이오메스는 훈증농약으로 처리돼야 수입할 수 있다. 그래서 국산 목질바이오메스가 지속적으로 공급 되어야 한다.
우드펠릿은 침엽수 목재가 최소10%이상 들어가야 하며, 목질을 밀가루처럼 분쇄한 다음 접착력이 있는 리그닌이나 송진성분이 접착제 역할을 해야 펠릿형태로 성형이 된다. 100% 활엽수 목질은 송진이 없어 펠릿으로 만들 수 없다.
대기업에서 탄소배출권을 상쇄하기 위해 동남아에 CDM사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아카시아를 생산하여 국내 화력발전소에 목질 펠릿을 공급하면서, 기업은 탄소배출권으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아카시아를 펠릿으로 성형하기 위해서는 국산 소나무와 같은 값싼 침엽수 목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벌채 후 재조림 시 산사태를 막기 위한 조림방식과 무육작업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산사태는 산림이 우거져 있는 곳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우면산 산사태도 울창한 산림에서 일어났다. 풍화토 즉, 마사토 토양에 천근성 침엽수(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낙엽송) 조합의 조림지에서 자주 발생한다. 유사한 사례로 일본의 산사태는 천근성 삼나무의 뿌리가 촘촘한 매트 층을 형성하며 그 아래 토양층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흙과 나무가 한꺼번에 쓸려 내려가 피해가 훨씬 크고 대규모로 일어난다.
심근성 침엽수나 활엽수를 혼합식재 하면 토양을 잡아 주어 산사태 문제를 어느 정도 억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천근성 침엽수림 아래에 자라고 있는 심근성 2-5m 아교목층이나 2m이하 관목층을 잘라내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경재 생산 시 벌채, 운재비용을 보조해 준다면 모를까 목재로서 국산 제재목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수입목재가 더 품질도 좋고 비용도 저렴하다. 일본도 삼나무, 편백 대경재가 많은데, 외국 수입목재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급경사인 산지에서 벌채하고 제재소로 운반하는 비용이 원목을 수입하는 것보다 더 들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산림에는 꾸불꾸불한 수간의 편심재 나무가 대부분이라서 제재목으로 사용할 수 없어, 톱밤, 우드칩, 파티클보드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식재목이 80년생으로 자란다고 한들 편심재가 제재목으로 가능한 통직한 나무로 성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의 미송, 뉴질랜드와 칠레의 라디에타소나무, 시베리아 구주적송, 시베리아낙엽송, 북유럽 구주적송, 중부 유럽의 독일가문비와 같은 편심재 없는 통직함과 우수한 품질의 대경재용 수종이 대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목재 산업은 경쟁력이 없다.
산림청 정책과 경영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이미 우리나라 산림의 67%가 사유림이고, 이곳의 산림은 경제성이 없다는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산림의 공익적 기능에만 산림정책의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데, 지금에 와서 장령림보다 노령림이 더 경제적 가치도 높고 탄소격리저장 능력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탄소중립정책에서 산림이 맡은 역할을 논란의 중심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꾸불꾸불한 편심재만 가득한 장령림이 노령림이 된다고 한들, 결국 톱밥, 우드칩, 파티클보드, 장작 등 싸구려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혹자들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 선배 임업인들이 쓸모없는 리기다소나무만 심어 한국 임업을 망쳤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 선배 임업인들은 산림녹화라는 식생복구에 최선을 다해 성공했다. 선배 임업인들은 그 시대의 실정에 맞게 충분히 칭찬받을 일을 했다.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세대의 책임이다. 우리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후손들에게 비난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왜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K-forestry”를 만들지 못했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K-forestry” 만들기를 서둘러야 한다.
일본은 고유수종인 삼나무와 편백으로, 뉴질랜드, 칠레, 호주는 미국 원산 라디에타소나무를 도입육종 하였고, 스웨덴과 독일 등 북중유럽은 구주적송, 독일가문비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임업국가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림청은 한국을 대표하는 편심재 없는 통직한 대경목재로서 이미 증명된 소나무, 낙엽송, 리기테다소나무, 테다소나무 등을 적극적으로 육종하고 보급할 지속적인 의지 없이, 임업인들을“100만 원/ha이나 받고 벌채하는 자선사업가?”, “무분별한 벌채를 일삼는 환경파괴범”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며, 비참한 처지에 내몰리게 했다.
임업의 기본인 목재생산을 등한시한 결과 우리는 성공한 임업인은 키우지 못하고 산림의 공익적 기능 중 한 가지 일뿐인 탄소중립에 서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외치며 아직도 공염불만 하는 지금의 세태에 필자는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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