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이 남긴 과제, 부패·비리에 대응할 공인탐정 제도화 서둘러야

    칼럼 / 시민일보 / 2026-07-19 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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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2026년 5월 5일 광주에서 발생한 장윤기 사건은 한 개인의 강력범죄를 넘어 공적 조사와 내부통제 체계에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피의자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인 상황에서 당시 수사팀장은 주요 증거의 압수를 막고, 보고서와 현장자료를 사건기록에서 누락하거나 영상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단순 살인으로 송치된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성적 범행 동기와 증거 누락 문제가 드러났다. 조직 내부의 연고와 이해관계가 공적 판단에 개입할 때 이를 누가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바로잡을 것인지가 과제로 남았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발표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경찰관 가족 사건의 상피제, 연고지 유착 차단을 위한 순환인사,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 신설, 신고포상금 확대도 필요한 조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민간 출신 조사국장과 조사관이 인권침해와 부실·불공정 수사, 보완수사 요구 미조치 등을 직접 조사하도록 한 구상이다.

    이는 민간위원이 자문이나 심의에 참여하던 기존 방식과 다르다. 민간 조사관이 자료제출 요구, 사실조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조사하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그 결과를 심의해 경찰청에 징계·인사조치와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구조다.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조사 역량을 갖춘 민간인 약 100명 규모의 기구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경찰 비위를 경찰관이 조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조사전문가를 공적 감찰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찰청이 이번 방안의 모델로 제시한 영국 경찰행위독립사무소(IOPC)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법집행감찰위원회(LECC) 역시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경찰 부패와 직권남용, 증거조작, 조직적 부실수사를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기소·징계를 권고하며, 조사 결과를 제도개선으로 연결한다. 핵심은 단순히 경찰 출신을 민간 출신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조사절차와 비밀유지, 이해충돌 방지, 전문교육과 책임체계를 갖춘 민간 조사전문가를 공적 제도 안에서 활용하는 데 있다.

    경찰청이 민간 조사관의 문을 열었다면, 국가는 이제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공인탐정을 어떻게 양성·활용할지 답해야 한다. 민간 조사관이 법률상 곧바로 탐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건기록 검토, 관계인 면담, 공개정보 분석, 사실조회, 현장확인, 디지털 자료 검토와 조사보고서 작성이라는 기능은 탐정학의 핵심 조사역량과 맞닿아 있다. 명칭은 달라도 적법한 절차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와 진술을 구조화해 공적 판단을 돕는다는 점에서 기능적 연속성이 분명하다.

    28년간 경찰에 몸담았던 필자는 대부분의 경찰관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장윤기 사건을 경찰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일부의 비위와 연고주의가 다수의 성실한 경찰관과 조직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독립적인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외부조사는 경찰을 공격하는 칼이 아니라 정당한 수사와 선량한 경찰관을 보호하는 방패가 돼야 한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이 던진 과제는 경찰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공기관의 채용·계약 비리,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부정수급, 공기업 납품 비리, 학교와 연구기관의 연구비 부정사용, 복지시설의 회계부정, 기업의 산업안전·환경·소비자 위해 정보 은폐 등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가 공익보다 앞서는 사례는 어느 영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부패는 특정 조직의 속성이 아니라 권한과 정보가 폐쇄적으로 집중되고 내부 견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위험이다.

    우리에게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부패·공익신고 제도가 있다. 신고자의 비밀보장과 신변보호, 불이익조치 금지, 보상금·포상금·구조금 제도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공문, 결재자료, 회계문서, 이메일, 메신저와 사진이 흩어져 있고, 어떤 자료가 핵심인지, 무엇을 적법하게 보존할 수 있는지, 어느 기관에 신고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신원 노출과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신고의 문은 열려 있지만 신고자가 그 문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바로 이 빈자리를 ‘공익탐정형 공인탐정’이 보완할 수 있다. 공익탐정은 국가기관을 대신해 압수수색하거나 범죄 성립을 단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신고자가 적법하게 보유한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사건 경과표와 증거목록을 작성하며, 공개된 계약·입찰·법인·행정처분 정보를 분석해 신고 내용의 객관성을 높이는 조사조력자다. 사안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 감독기관, 수사기관 또는 변호사에게 연결하고 신고자의 신원 노출과 불이익 가능성을 점검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예컨대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이라면 사업계획서, 교부결정서, 정산자료와 실제 사업수행 여부를 대조할 수 있다. 채용비리 의혹이라면 공고문, 심사기준, 위원 구성, 점수 변경과 결재 흐름을 시계열로 정리할 수 있다. 흩어진 의혹을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의 구조로 바꾸는 일은 강제수사와 구별되는 전문영역이다.

    다만 ‘공익’이 불법조사의 면허가 돼서는 안 된다. 타인의 전산망·계정 침입, 개인정보 불법 구매, 내부자 매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의 공개는 공익조사가 아니다. 법률상담과 고소장 작성, 사건 대리·합의 역시 법률전문가의 영역이다. 보상금·포상금을 노려 신고를 부추기거나 지급액에 수수료를 연동하는 행위도 통제해야 한다. 공익탐정의 전문성은 비밀을 캐내는 능력이 아니라 공익을 지키며 법과 개인정보의 경계에서 멈출 줄 아는 절제에 있다.

    이러한 공익탐정의 역할은 개인의 경험이나 선의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재직하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는 「공익탐정론」을 정규 교과목으로 운영하며, 공익신고자의 자료정리와 증거보전 지원, 관계기관 연계, 개인정보보호와 조사윤리를 교육하고 있다. 공익탐정은 단순히 비리를 찾아내는 사람이 아니라 신고자가 적법하고 안전하게 공적 보호체계에 진입하도록 돕는 조사조력자여야 한다.

    따라서 공인탐정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대학의 전문교육을 국가 자격·관리체계와 연결하지 못하면 양성된 조사인력을 공공영역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자격·교육·업무범위와 금지행위, 개인정보보호와 비밀유지, 증거취득 기록, 사건 종결 후 자료폐기, 감독·징계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 아울러 공익신고자 보호, 회계·계약자료 분석, 디지털 증거보전, 면담·보고서 작성과 조사윤리를 이수한 공인탐정을 ‘공익신고 조사조력 전문인력’으로 인증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윤기 사건은 한 경찰서와 몇몇 경찰관에게만 남겨진 문제가 아니다. 연고와 이해관계가 공적 판단에 개입하고 조직 내부에서 사실과 증거가 왜곡될 때 이를 누가 확인하고 바로잡을 것인지 사회 전체가 답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공익신고 제도가 국가가 마련한 신고의 문이라면, 공익탐정은 신고자가 사실과 증거를 갖추고 그 문에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돕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공인탐정 제도화는 탐정에게 특권을 주는 직역 확대가 아니다. 부패와 공익침해 앞에서 고립된 신고자를 보호하고 감춰진 사실을 합법적인 공적 절차로 연결하며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국민권익 보호제도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민간 조사관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열어 보인 지금, 공익을 위한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공인탐정의 길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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